이란 지도자 하메네이 "가혹한 보복"... 트럼프 "전쟁 시작 아닌 중단 위한 것"
백악관, 솔레이마니 제거 '자위권' 해당한다며 의회 승인 안 받고 공습 결정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권력서열 2위 솔레이마니(오른쪽)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권력서열 2위 솔레이마니(오른쪽)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법률방송뉴스] 이란이 자국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공습으로 폭사한 데 대해 "국제사회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이 천명한 국제사회 법적 조치와 별개로 이란과 미국은 각각 "가혹한 보복"과 "테러 응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군사적 충돌 위험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솔레이마니는 3일(현지시간)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차량으로 이동하다 미군의 드론에서 발사된 미사일 공습으로 사망했다. 공습으로 솔레이마니와 함께 이라크 내에서 반미 활동을 벌이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부사령관 등 8명이 사망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으로 소장 계급이지만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이어 이란의 권력 서열 2인자로 꼽혔다. 2만여명으로 알려진 쿠드스군은 이란혁명수비대의 해외 네트워크를 담당하면서 이라크와 레바논, 팔레스타인의 친이란 무장조직도 사실상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2007년 쿠드스군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오전 긴급 성명을 내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사흘 간의 추모 기간을 선포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국영 TV 인터뷰에서 "이란은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법적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자리프 장관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공습을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고, 미국의 이번 작전이 솔레이마니에 대한 뿌리깊은 원한으로부터 비롯됐고 탄핵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유엔헌장 51조에 따르면 각국은 자위권 행사 차원의 조처를 즉시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유엔 주재 이란 대사 마지드 타크트 라반치는 서한에서 "솔레이마니 폭사는 국가 주도 테러의 명백한 사례이며, 유엔헌장 등 국제법의 기본원리 위반에 해당하는 역겨운 범죄행위"라고 규탄하고 "안보리가 책무를 준수해 위법한 범죄행위를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는 "군사행동에 대한 반응은 군사행동"이라고 위협했다.

이라크 바그다드공항 인근 도로에 3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미군 드론에서 발사된 미사일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공항 인근 도로에 3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미군 드론에서 발사된 미사일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미국 측은 솔레이마니 제거가 '정당방위'였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 요원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를 현장에서 잡아 끝을 냈다"면서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중단을 위한 것"이었다며 방어 차원의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솔레이마니 공습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과 군은 수년 동안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해왔고, 이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실제 공습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1월 미군 특수부대가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파악했지만 사격을 보류한 적이 있다면서,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검토하다 이란과 전쟁 우려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미 당국은 또 솔레이마니 제거 배경과 관련해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내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한 '임박한 위협'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솔레이마니가 워싱턴 DC에 대한 공격을 기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는 그가 말한 대로 행동, 큰 행동을 취하려고 그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며 "이는 수백명은 아니더라도 미국인 수십명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대로 솔레이마니가 워싱턴DC까지 노렸던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이번 제거 작전은 미국의 심장부를 겨눈 테러 기도에 대한 응징이자 테러를 미연에 막기 위한 정당방위 차원의 선제공격이었다는 설명이 된다.

백악관은 이에 따라 솔레이마니 공습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자위권에 해당하는 일이어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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