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후 검찰 내부망에 글 올리고 '사의'
'검사내전' 저자... "살아있는 권력과 싸운 자부심 갖고 떠난다"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 목적... 마지막까지 철저히 국민 속여"

김웅 검사가 지난해 7월 9일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웅 검사가 지난해 7월 9일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법률방송뉴스]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김웅(50·사법연수원 29기) 부장검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연수원 교수인 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들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2018년부터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대응 업무를 맡았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뒤인 지난해 여름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교수로 사실상 좌천됐다. 그는 평범한 검사들의 생활을 풀어쓴 책 '검사내전'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검사내전'은 드라마로도 제작돼 방영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다.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며 "수사권 조정안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 그 법안이 만들어질 때, 패스트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되어 부당하다. 이른바 3불법이다"라고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느냐"고 반문하고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했기 때문은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니냐"고 적었다.

전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 등 50여명이 만찬을 갖고 자축했다는 데 대해 김 부장검사는 "'검찰 개혁'을 외치고 '총선 압승'으로 건배사를 한 것인가.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엊그제부터 경찰개혁도 할 것이라고 설레발 치고 있다"며 "하지만 사기죄 전문 검사인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말짱 사기다.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이는 오만함과 후안무치에는 경탄하는 바"라고 맹비난했다.

김 부장검사는 또 전날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폐지·축소 등 검찰 직접수사 축소 움직임에 대해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고 하면서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며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검사는 마지막으로 "저는 기쁜 마음으로 떠난다"며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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