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선산 팔지 말고 잘 부양하라는 조건으로 선산 증여"
법원 "부양 의무 등 조건으로 증여 입증할 각서나 기록 없어"

[법률방송뉴스] 90대 아버지가 20여 년 전 셋째 아들에게 준 선산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98살 A씨가 셋째 아들 56살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입니다.

A씨는 22년 전인 1998년 1월 아들 B씨에게 강원도 평창의 임야 1만 6천 200여㎡를 증여했다고 합니다. 해당 임야는 A씨의 아내와 조상들이 묻힌 선산이었습니다.

A씨는 선산을 넘기면서 절대로 팔면 안 된다고 아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A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당부를 어기고 2014년 6월 자신의 동업자인 46세 여성 C씨에게 증여받은 선산을 1천 300만원에 팔았다고 합니다.

당시 선산엔 채권 최고액 1억 8백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고 합니다.

채권 최고액이 통상 채무의 120% 정도 선에서 설정이 되고, 담보대출의 경우 감정가의 50~60% 정도 선에서 대출이 발생함을 감안하면 해당 임야는 최소 1억원 이상에서 2억원까지도 나가는데 1천 300만원에 판 겁니다.

채무를 인수해 간 것이 아니라면 턱없이 낮은 가격에 매매한 겁니다.

아들 B씨와 동업자 C씨는 이 땅에서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선산을 다시 돌려달라는 요구를 아들이 계속 거부하자 A씨는 결국 아들 B씨와 동업자 C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아들 B씨가 실거래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C씨에게 땅을 판 것은 땅을 판 뒤 자신에게 땅을 돌려주지 않기 위한 ‘위장매매’라는 것이 A씨의 주장입니다.

이에 A씨는 재판에서 “절대 땅을 팔지 말고 자신을 잘 부양해 달라는 조건으로 선산을 증여한 것인데 이런 조건들을 지키지 않았으니 증여를 다시 물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부양 의무 등을 조건으로 아들에게 땅을 증여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각서나 기록이 없다“며 A씨 요청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항소심(춘천지법 민사1부 신흥호 부장판사)도 오늘(15일) “원심 판단이 옳고 A씨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해 다시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선산을 증여하며 부양 의무 등 조건을 기재한 계약서나 각서를 작성한 것이 없어 A씨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1·2심 재판부 판결인데, 연로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산을 넘기며 그런 식의 문서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집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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