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킹크랩 본 적도 없다" 주장 전면 부정... 법원 "선거문화 영향 큰 중대 사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53)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이에 따라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공모관계' 규명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 2심 내내 "킹크랩을 본 적도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1일 김 지사에 대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등 혐의 항소심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김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었지만 전날 직권으로 선고를 하지 않고 변론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의문을 자아냈다. 김 지사에 대한 선고가 지난달 2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로 1차례 연기됐다가, 다시 갑자기 연기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모두에 "우리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사건을 1년가량 심리해온 재판부로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고서 사건을 재개,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먼저 사과했다.

재판부는 이어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특검이 객관적인 증거로 상당부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드루킹의 2016년 11월 6일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 로그 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을 들면서 "이는 김 지사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드루킹 김동원씨, 둘리 우모씨 등의 진술증거를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그간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는 1·2심 재판 내내 최대 쟁점이었고, 그의 유·무죄를 가를 스모킹건으로 여겨졌다.

드루킹은 2016년 11월 9일 이른바 ‘산채모임’에서 김 지사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했고,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주장해왔다. 김 지사 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드루킹 등의 진술증거가 아니더라도,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이 입증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다 보니 심리도 이 부분에 집중돼 추가적 심리에는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재판부가 요구한 부분에 관한 주장과 증명을 해 달라"며 "그 심리 결과는 피고인의 죄 성립 여부, 책임 정도,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전제 하에 김 지사와 드루킹의 공범 성립에 대해 심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공범관계 및 선거법 위반죄 성립 여부, 양형 등을 판단하기 위해 김 지사와 특검 양측에 제출할 자료를 7가지로 구체적으로 특정해 요청했다.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는 우선 "킹크랩 시연회를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드루킹 일당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다.

또 드루킹이 '단순한 지지자'였는지, 아니면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드루킹이 언론기사 목록과 함께 "처리했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김 지사가 왜 문제삼지 않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특히 김 지사가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당시 문 후보의 여론 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어떤 것이 있었는지도 심리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밖에 댓글조작으로 인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의 실제 피해 상황을 확인할 자료, 각 댓글조작 범행 사례 중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볼 댓글을 분류해 제출할 것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2월 21일까지 이에 대해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겠다고 시한을 정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그 후 3월 10일에 열겠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말미에 “이 사건은 우리사회 선거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중요한 사건”이라며 “국민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댓글 순위 조작 사건에 문재인 후보자를 돕던 피고인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김동원 측에게 공직을 제시했는지를 봐야 했다”며 변론 재개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양해를 구했다.

김 지사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잠정적 판단을 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변호인들 생각과는 굉장히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며 "시연 부분에 대해 진전된 자료나 의견을 가지고 재판부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다소 의외의 재판부 측 변론 재개 사유 설명이라 약간 당혹스럽기는 하다"며 재판부 요구 자료에 대해서도 "의외의 석명 준비 명령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앞서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그동안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대부분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1월 14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지사에 대해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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