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오토바이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국민 인식 전환이 관건"

[법률방송뉴스] 국회 1호 국민동의청원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허용 청원에 대해 도로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냐"는 등의 좀 황당한 답변으로 일관했다는 보도, 그제(22일) 전해드렸는데요.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 바로가기)

도로교통법과 교통 단속을 관할하는 경찰청은 어떤 입장일까요. 국토교통부 관계자보다는 훨씬 전향적인데, 결국 인식 변화가 관건 아니겠냐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고속도로에 오토바이를 타고 진입한 외국인들이 겪은 웃을 수만은 없는 해프닝과 함께, 경찰청 관계자의 답변을 전해드립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허용 국회 청원과 관련한 일련의 법률방송 보도가 나간 뒤 시청자에게서 온 제보 사진입니다.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사이에 두고 중년의 백인 남성과 경찰이 뭔가를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배낭여행이라도 하는지 노란색 오토바이 뒤에는 큰 배낭에 짐들이 잔뜩 실려 있습니다.

경찰은 뭐가 그리 심각한지 계속 심각한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주의 깊게 들여다봅니다.

심각한 표정의 경찰과 외국인 남성과 달리 주변 한국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이라도 난 듯 웃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웃고 있는 너머로 '여주휴게소'라는 간판이 조그맣게 보입니다.

강원도로 여행가기 위해 자국에서 평소 하던 것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했다가 경찰 단속에 걸린 겁니다.

[유튜브 채널 '모토르(MoThor)' 운영자]
"미국인은 왜 자기가 잡혔는지 몰라요. 왜 경찰이 왔고 잘못한 게 없는데 '자기를 왜 잡냐' 이런 상황이었어요. 주변에 우리나라 아저씨들은 재미있죠. 그 상황이 재미있죠. 고속도로에서 일단 바이크를 타는 것부터 휴게소까지 들어가서..."

미국인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정식으로 통행권까지 뽑아서 부푼 마음으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가 본인 입장에선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겁니다.

경찰이 팔로 'X'자까지 만들면서 '고속도로에 오토바이 진입은 안 된다'고 열심히 설명을 하지만 이 미국인은 의아하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유튜브 채널 '모토르(MoThor)' 운영자]
"하하하. 당당하게 표를 뽑고 고속도로를 탄 거예요. 왜. 자기네 나라는 바이크가 이륜차가 허용되니까 전혀 몰랐던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륜차는 고속도로에 진입이 안 되게끔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굉장히 놀랐을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고속도로를 타면 안 되는 것을..."

이런 일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엔 한국에 유학 온 사우디아라비아 20대 청년 A씨가 750cc 오토바이를 타고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당시 A씨가 자동차들을 추월하며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장면이 경찰 항공순찰대 카메라에 잡혀 언론에 보도되며 큰 화제와 동시에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최고 시속 200km를 넘나들었던 A씨의 질주에 일부 언론은 '광란의 질주', '총알 질주', '위험천만한 질주' 등의 제목을 달았는데, 당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운행했을 뿐이다"라고 담담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른바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 경부고속도로 오토바이 질주 사건' 이후 5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17년 법률방송이 '도로 위의 서자'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기획보도를 했을 당시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허용에 대해 경찰청 담당 관계자는 부정적인 반응 일색으로 일관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좀 달라진 게 있을까요.

일단 4년 전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절대 불가' 입장과는 톤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경찰청 관계자]
"단계적인 허용이나 이런 부분들이 저희들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사실은 그것 때문에 여론조사나 이런 부분들을 몇 차례 한 바가 있고 그래서..."

일반도로로 가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합류하는 현행 도로 체계의 문제점도 확실히 인식하고 나름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
"사실 일반도로를 가다가 갑자기 전용도로를 만나는 케이스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보면 사실은 그게 전용도로 지정이 해제돼야 되는 요소가 있거든요. 지자체에서 결정할 부분이라 그게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런 부분은 좀 논의를 해봐야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실제 서울 올림픽대로와 나란한 영등포 노들길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을 풀어준 전례도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
"말씀하신 것처럼 자동차 전용도로나 이런 쪽에서부터 단계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사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도 긍정적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한다면 저희들도 단계적으로 이런 부분을 조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결국 오토바이는 위험하다, 도로 위의 흉기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것. 여론의 향배가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을 위한 결정적 요인 아니겠냐는 것이 이 관계자의 진단입니다.

[경찰청 관계자]
"그런 부분이 개선돼서 (오토바이를) 차로 인지하고 그 다음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옆에 있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한다면 저희들도 그런 상태에서 지금처럼 '금지해야 된다'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거든요. 아직 그런 부분이 미숙하다 보니 특히 국민적 공감대가 좀 부족한 부분이다 보니..."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허용 청원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측면이 있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부정적인 인식이 훨씬 많아 적극적인 대처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위험한 건 오토바이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이지,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을 무조건 제한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국회 1호 국민동의청원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허용 청원에 찬성 의사를 표시해 힘을 보태는 것도 그런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되는 한 방식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