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27일 잇달아 3번째, 4번째 환자 발생... 모두 무증상 입국, 공항 검역 안 걸러져
질병관리본부 "3번째 환자 입국 후 74명 접촉, 역학조사 중"... 강남, 한강변, 일산 이동
[법률방송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4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우한 폐렴 국내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의사협회는 "최근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지난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확진된 국내 3번째(54세 한국인 남성) 환자, 이날 확진된 4번째 (55세 한국인 남성) 환자는 모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살았거나 방문했다가 국내 입국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들은 입국 때는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어 의심환자(의사환자)로 격리되거나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아, 사실상 보건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우한 폐렴의 잠복기는 최대 14일로, 무증상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오면 공항 검역에서 걸러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입국자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사협회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4번째 환자의 이동 동선 등을 따라 심층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확진된 4번째 환자는 귀국 다음날인 21일 감기 증세로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25일 38도의 고열과 근육통으로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았다. 26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유증상자로 분류돼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격리돼 검사를 받은 후,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3번째 환자 54세 한국인 남성과 접촉한 사람을 총 74명으로 파악하고 모니터링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중 1명(호텔 종사자)은 증상을 보여 격리하고 검사를 시행했으나 음성으로 확인됐다. 다른 접촉자들 가운데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이에 따라 가족과 동행자 14명은 자가격리하고, 나머지 접촉자는 능동감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3번째 환자가 입국한 이후 증상을 보인 22∼25일 이동 동선을 공개했다. 이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호텔에 체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장시간 체류한 시설인 의료기관과 호텔은 환경소독을 마쳤다"며 "이 환자가 방문한 식당 등은 설 연휴 기간으로 휴업한 곳이 많아 순차적으로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22일 개인 렌터카를 이용해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글로비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는 지인의 진료에 동행했다. 이후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호텔뉴브)에 투숙했다. 23일에는 점심 때 한강 산책을 나가 한강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을 이용했다. 이후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을 이용했다.
24일에는 점심 때 지인 진료에 동행하기 위해 이틀 전 방문했던 글로비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오후에는 일산 소재 음식점과 카페 등을 이용했고, 저녁에는 일산 모친 자택에 체류했다. 25일에는 모친 자택에서 외출하지 않았고, 1339 신고 후 보건소 구급차로 일산 소재 명지병원에 이송돼 격리됐다.
◆ 의사협회 "중국 관광객 입국금지 준비해야"
대한의사협회는 우한 폐렴 확산 예방을 위해 최근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26일 이런 내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3번째 확진환자 발생에 따른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의사협회는 담화문에서 "최근 2∼3주 이내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 입국한 입국자의 명단을 파악해 이들의 소재와 증상 발생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추적·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선별진료가 가능한 보건소는 이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일반진료를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선별진료에 주력해야 한다"며 "각 지역 보건소와 의료기관이 핫라인을 통해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연락처 공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현재는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금지가 필요하지 않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중국의 환자 변화 추이를 시간 단위로 쪼개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신속하게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금지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국민들은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호흡기 증상이 있든 없든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