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생활비도 부족한데 여러 차례 해외 출국... 재산 은닉 의심"
2심 "은닉 의심은 들지만 출국 자유 제한은 과잉금지 원칙 위반"

[법률방송뉴스] 수십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채 해외를 수시로 드나들었어도 출국금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건설회사 대표를 지낸 A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19억원의 배당소득과 2억 8천여만원의 인정상여 소득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배당소득은 이자나 잉여금 분배, 투지 신탁 수익 분배 등 법인으로부터 배당받는 소득을 말하고, 인정상여 소득은 공식 임금은 아니지만 법인에게서 일종의 상여처럼 받는 소득을 말합니다. 

3년간 20억 넘는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A씨는 1년에 1천 200만원 안팎의 근로소득만 신고했다고 합니다.

A씨는 이 외에도 주식 증여세 31억원을 내지 않는 등 수십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연평균 3회 이상 일본 등 해외를 오갔다고 합니다.

아내와 자녀의 해외 출국 기록까지 더하면 2011년에서 2019년 사이 A씨 가족의 해외 방문 횟수는 30차례가 넘었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세무당국의 요청을 받고 2016년 1월부터 A씨에 대한 출국을 금지했고, 6개월 단위로 출국금지 처분을 연장했습니다.

이에 불복해 A씨는 지난해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서 A씨는 “배당소득 등은 건설업 특성상 증빙이 부족한 회사 지출 등을 회계처리한 결과일 뿐이지 자신의 실제소득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1심은 그러나 “A씨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A씨가 주장하는 소득만으로는 네 가족이 생활하기에도 부족한데 여러 차례 해외 출국까지 했다. 그런 출입국·체류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 재산을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2심(서울고법 행정6부 박형남 정재오 이숙연 부장판사) 재판부는 하지만 “A씨가 주장하는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할 뚜렷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씨가 소득을 은닉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A씨와 가족의 출국 행선지가 주로 일본·마카오 등 가까운 곳이고 방문 기간도 2∼4일에 그친다. 이것만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이 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재산의 해외 도피 등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지, 미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해 세금 자진 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킬 가능성이 없는데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다 좋은데, 1심 재판부 판시처럼 A씨가 주장하는 소득대로라면 네 가족 생활비도 부족한데 가깝든 멀든 철마다 해외는 어떻게 무슨 돈으로 다녔는지 진심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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