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상속분 정한 '유류분' 제도 1977년 민법 도입... 법원 "가족제도 등 변화" 위헌 제청

▲유재광 앵커= 사망한 사람의 유족들에게 유산의 일정 부분을 상속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민법상 '유류분(分)' 제도가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유류분이 뭔지 설명부터 좀 들어볼까요. 

▲남승한 변호사= 유류분은 상속인들이 법에서 정해진 자기 상속분에 못 미치는 만큼밖에 상속을 못 받았을 때,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흔히 상속분의 절반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형제자매하고 직계존속의 경우에는 3분의 1이고, 배우자와 직계비속의 경우에는 절반까지 보호해주는 게 유류분 제도입니다. 

유언자, 그러니까 돌아가시는 분이 ‘나는 누구에게 주기 싫다’ 그렇게 유언은 할 수 있는데요. 유언의 자유는 인정되지만 사망하신 이후에는 공동상속인들의 지위도 보장해줘야 된다는 취지에서 절반 내지 3분의 1까지는 보전해주는 제도입니다. 

▲앵커= 이 유류분 제도가 헌재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위헌법률심판을 법원이 제청했다는 겁니다. 재판이 열렸는데 외국에 이민 가 살던 자녀와 며느리가 들어와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대부분의 재산이 갔다, 내 유류분이 침해됐다고 하면서 유류분에 해당하는 권리를 달라고 한 겁니다.

해당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그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것인데요.

예를 들면 '유류분이 지나치게 유언자의 자유를 침해한다든가 또는 직계비속의 유류분이 너무 높다든가, 배우자의 유류분이 너무 높다든가,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너무 높게 산정하고 있다든가 아니면 아예 위헌이라든가, 이런 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입니다. 

▲앵커= 유류분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말도 있던데 이건 무슨 말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유류분이 이게 원래 어떤 제도냐 하면 과거에 우리나라가 '남아선호사상'이나 '장자선호사상' 이런 것이 강했던 데서 비롯된 것인데, 재산은 장자에게만 물려주고 심지어 같이 재산을 형성한 배우자에게도 아무런 명의조차도 돌려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돌아가실 경우에도 일체 안 주고요.

딸에게는 출가외인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주던 그런 제도의 불합리성 때문에 유류분이 생긴 겁니다.

상속인들에게 일정 부분의 유류분은 보장해서 설사 딸이라 하더라도 또는 배우자라 하더라도 일정한 재산권을 보호해주자 하는 것인데요. 

반면 이렇게 함으로써 원래 재산을 형성한 돌아가신 분, 사망자, 유언하신 분의 재산권은 침해될 소지가 있는 겁니다.

내가 벌어서 내가 가진 돈을 내가 누구에게 줄지 결정하겠다는 건데, 나중에 내가 사망한 이후에 법원에서, 법에서 그 의사를 무시하고 절반가량을 내 의지에 반해서  찾아주겠다는 것이어서 재산권의 충돌 문제가 생기는 데요.

유언자의 재산권 문제도 있고, 공동상속인의 재산권 문제도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현재 법원은 이번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법원은 유언자, 사망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입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지금 예를 들자면 여러 자식 중 부양 의무를 전혀 하지 않은 자식이 있을 수 있잖아요. 밉기도 하고 그래서 “유산 한 푼도 못줘” 이렇게 유언을 해도 법적으로 그럼 효력이 없다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유언은 효력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조금 논리적으론 그런데요. 유언은 효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유언의 효력을 제한한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전부 여기에 주겠다고 한다' 한들 유류분이 침해되는 한도에서만은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내가 자녀고, 원래 상속받을 돈이 10억이다, 그런데 나는 5억도 못 받았다고 하면 상속분의 절반을 보장해주는 유류분에 따라 5억까진 찾아가게 해주겠다는 건데, 그 5억을 찾아가려면 남은 상속인들끼리 소송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앵커= 유류분과 관계된 이런 비슷한 소송 사례, 진행해 본 경험 있으신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뭐 북한에서 오신 분들 중에 이런 소송 경험이 좀 있고요. 제가 했던 것 중엔 그런 것이 있습니다. 유류분을 반환청구를 할 때 상속재산을 따져야 되는 거거든요. 상속재산이 얼마인지 따져야 되거든요.

상속재산이 나와야 상속분이 나오고 그걸 가지고 '내 절반이 침해됐다, 아니다'를 따져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유류분의 기본이 되는 상속재산을 따질 때 증여한 재산도 들어갑니다. 돌아가신 분이 1년 안에 증여한 재산은 유류분의 기초가 되는 상속재산이 되거든요.

어떤 분이 돌아가시면서 1년 전에 어떤 재단에 막대한 돈을 기여했다, 그 바람에 내 상속분이 침해됐다. 돌아가신지 1년이 훨씬 넘었으면 유류분 반환 청구를 못합니다. 그런데 1년이 아직 안됐다면 청구를 할 수 있거든요.

돌아가신 분이 좋은 뜻으로 어떤 재단이나 학교 법인에 거액을 기부했는데 그럴 경우 상속인들은 '우리 아버지가 1년 안에 돌아가시면 저걸 찾을 수 있고, 1년이 더 지나서 돌아가시면 못 찾게 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제도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는 문제가 있어서 유류분 관련해서 증여재산 따질 때 그야말로 되게 불효스러운 제도도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네요. 헌재가 위헌심판 심리를 하게 되면 주요 쟁점은 뭐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말 그대로 유언자의 유언의 자유, 유언자의 재산권 문제가 있을 거고요. 그 다음에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어느 정도까지 보호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유언자의 재산권과 상속인의 재산권, 두 권리가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또 공동상속인들이 사실 유언자의 재산 증식에 기여한 바가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나한테 무조건 얼마를 달라고 요구하는 게 우리는 그간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오긴 했던 것 같은데요.

재산 증식에 기여한 바가 없는데 재산권을 무조건 보장해줘야 하느냐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상속 관련된 것은 일종의 기본권, 재산권으로 인정되었던 것 같긴 한데 과연 돌아가신 분의 의사에 반해서도 그럼 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거든요. 

최근에는 여러 가지 세태가 달라져서 재산을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이럴 경우에 자녀들이 유류분 침해됐다면서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이런 것을 고려한다면 이런 경우 자녀들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재산권 대 재산권, 이 2가지가 결국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헌재 판단 전망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남승한 변호사= 상속권 자체는 아직 재산권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되어 있어서요. 그래서 이것을 상속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결정이 날 것 같진 않습니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거나 개선입법을 통해서 유류분 비율을 조정하라거나 이런 식의 결정이 날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사실 이와 관련해서 입법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원혜영 의견 같은 경우에는 유류분 비율을 조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어떻게든 바꿔야 될 제도가 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앵커=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된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바뀐다면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될까요.

▲남승한 변호사= 여전히 여성이나 또는 노령의 배우자를 보호해야 될 필요는 아직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해서 남녀차별이나 이런 것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점에서는 좀 보호를 해야될 것 같고요.

그런 점에 비춰보면 무조건 폐지해서 유언자의 뜻대로만 둘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관계가 별로 없는 형제자매나 또는 직계존속의 경우에 유류분의 비율을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류분 비율이 좀 조정되거나 또는 유류분 청구를 할 대상자들이 일부 제외되거나 이런 식으로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앵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되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