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 고의 있다고 단정 어려워"... 법원 "주거침입 무죄"
경범죄처벌법 스토킹도 처벌 애매... 상대방 명시적 거부 없어

/법률방송=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이웃 사는 여성의 집안을 훔쳐보는 과정에서 주거침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회사원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42살 A씨는 2018년 6월 새벽 이웃 사는 여성 B씨의 집 건물 얕은 ‘담장’에 올라가 1층에 있는 주방 창문을 통해 B씨의 집안을 들여다봤습니다.

A씨는 또 지난해 1월 새벽과 8월 저녁 8시쯤에도 B씨 집안 내부를 훔쳐봤다고 합니다.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세 차례인데 1년 넘게 B씨 집안을 훔쳐봤음을 감안하면 횟수가 더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1심 법원인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A씨에게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에선 A씨가 집안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딛고 올라선 높이 50cm 정도 하는 ‘담장’을 통상적인 의미에서 집을 두르고 있는 담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재판부 판단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A씨가 올라선 구조물은 이웃 건물과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앞부분을 제외한 옆면에 설치된 것으로 높이와 형태 등에 비춰 일반인의 통행을 차단하기 위한 물적 설비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쉽게 말해 들어오지 말라고 설치해 놓은 통상의 담장을 딛고 올라가 내부를 들여다봤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만 A씨가 딛고 올라선 것은 이런 통상의 담장이 아닌 집 밖의 일종의 표지석이나 경계석에 불과해 주거침입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와 관련 우리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서 '건조물'은 건조물에 인접한 토지에 외부와의 경계에 담 등이 설치돼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통제가 없어 보행으로 경계를 쉽게 넘을 수 있다고 한다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워 주거침입죄의 객체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대법원 판례입니다.

주거침입죄는 무죄가 났고 그렇다면 이렇게 A씨처럼 남의 집 안을 몰래 들여다 본 것을 다른 조항으로 처벌할 수는 있을까요.

변호사들에 물어보니 “딱히 떠오르는 형법 조항이 없다, 형법으로 처벌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경범죄처벌법에 ‘스토킹’이 있는데 이 또한 애매합니다.

일단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 ‘지속적 괴롭힘’이 스토킹을 처벌하는 조항인데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등으로 스토킹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씨 경우처럼 집안을 몰래 들여다봤을 경우 상대방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라는 조항이 걸릴 수 있습니다. 

훔쳐보는지 알아야 훔쳐보지 말라고 하든지 뭐라고 하든지 ‘명시적 의사’를 표명할 텐데 그럴 기회 자체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범죄가 인정된다 해도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칩니다. 

그냥 물끄러미 몰래 훔쳐보기. 상당히 섬뜩하고, 무엇보다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지하거나 처벌할 순 없다면 제재나 처벌이 가능하도록 뭔가 법을 바꿔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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