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수 건국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황도수 건국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법률방송뉴스] 헌법학자로서 늘 화두를 갖고 있었다. “국민이 주권자인데, 왜 국민은 항상 ‘을’로 살고 있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뽑힌 사람들이 국민을 '을'로 본다는 것이다. 감히 국민을 ‘개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들끼리 주먹질 하고 도끼질은 해도, 국민투표로 국민의 뜻을 묻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국민이 순번을 정하는 가변명부식은 멀리하고, 정당권력자가 순번을 정하는 고정명부식을 채택한다. ‘미래한국당’ 등 꼼수정당도 마구 만든다. 민생 법률은 뒷전이고, 국회의원 세비를 늘리는 법률안은 서둘러 처리한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와 같은 목민관들도 있다. 돌아가신 노회찬과 같은 분들이다. 이런 ‘좋은 국회의원’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다.

해결 가능성은 있나? 있다! 간단하다! 선거시장이 독점시장이어서 의외로 쉽다!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으니, 국민이 절대 ‘갑’이다. 국민이 좋은 투표를 하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좋은 투표를 할까?”이다.

사람들은 후보자가 2~3명인 경우, 비교적 손쉽게 좋은 선택을 한다. 그러나 후보자가 4~5명을 넘어서면 멘붕이 된다. 결정장애에 빠진다. 선관위 안내서도 큰 도움이 안 된다. 요령은 이렇다. 후보자들을 한꺼번에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나쁜 국회의원’을 없애고, ‘좋은 국회의원’을 남기자는 목표에 맞춰서 판단을 단계화하는 것이다.

1단계는 현직 국회의원 1명만 판단하는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의 재선, 3선 여부만을 결정하는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을 다시 당선시키는 것은 국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고, 정당의 수준을 결정하는 일이다.

이들을 선택할 때에는 ‘선택 기준’이 아주 높아져야 한다. 이들은 정당의 지도자이고, 국정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으르렁거림 속에서, 남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사회 양극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돌보면서도 국부를 증대시키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국회의원 자리를 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은 허상이다. 구관은 부패할 뿐이다. 부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내야 한다. 이 판단에서는 절대로 ‘정당 이름’을 보고 찍어서는 안 된다. 이제 그는 정당에 기대는 사람이 아니라, 정당을 좌우할 사람이다. 이들을 잘못 뽑으면, 정당이 붕당이 된다. 그리고 이들을 선택할 때, 절대로 ‘지역사업’, ‘쪽지예산’을 자랑하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 이들은 지역이 아니라,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지역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들을 선택할 때, 느낌으로 할 것은 아니다. 이들의 의정활동에 관한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 이들의 활동은 이미 매스컴에 쌓여있다. 이들이 어떤 법률안에 찬성했는지, 소신 투표를 했는지,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서 청탁은 하지 않았는지, 국가정책보다는 지역사업만 자랑하고 다녔는지에 관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이런 자료들을 제공한다.

이번 총선에서의 판단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국민이 4년 동안 속을 끓이고, 불평하고 투덜댄 것이 그들의 성적이니, 그 성적대로 현직 80~90%를 떨어뜨려야겠다. 특히 3선, 4선, 5선을 자랑하는 의원들은 책임질 줄도 모르니, 더욱 떨어뜨려야겠다.”

현직 국회의원들을 떨어뜨리는 데 감정적으로 부담을 갖거나, 불편한 마음을 가질 이유가 없다. 저들이 4년 동안 국민에게 책임감을 느꼈더라면, 국민이 가슴아파하는 정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들이 국민을 개돼지 취급했으니, 국민이 저들을 버리는 것이다. 국회의원직은 책임지는 자리이니, 국민이 그 책임을 추궁할 뿐이다. 그것이 ‘정의(正義)’이다.

2단계는 다른 입후보자들 중에서 1명을 고르는 것이다. 1단계에서 현직 국회의원을 떨어뜨리기로 마음먹은 뒤에 결정한다. 이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해도 좋다. 이 부분에서 선택이 잘못되더라도 그 피해가 심하지 않다. 4년 동안 의정활동을 본 뒤, 다음 선거에서 떨어뜨리면 되기 때문이다.

기준도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다. 보수냐, 진보냐를 기준으로 투표할 수도 있다. 정당을 보고 투표할 수도 있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선택할 수도 있고, 과거 경력을 보고 선택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후보자가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를 보지 말고, 그 지위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탐관오리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사람은 그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도 하고, 그 지위에 무능하게 앉아있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기준이 다양하다고 말하면, 부담감과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방법도 있다. 사람을 평가하는 요령을 사용하는 것이다. ‘권력자 앞에 원칙 없이 구는 자와 사귀지 라’, ‘사명감이 없는 사람과 동업하지 마라’는 등 홍콩 갑부 리자청(李嘉誠)의 6불합(不合) 7불교(不交)와 같은 요령도 좋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번 총선부터는, 주권자로서 주인다운 투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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