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과 관련해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최지희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지희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블랙 미러(Black Mirror)'는 2011년 12월부터 방영 중인 옴니버스 구성의 영국 드라마입니다. 2016년부터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블랙 미러’는 휴대폰, 모니터, TV 화면 등 전자 기기를 껐을 때 나타나는 검은 화면을 뜻합니다. 공통의 주제는 기술(technology)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관한 것인데, 행복한 결말은 드물고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미디어와 정보기술 발달의 부정적인 면을 다룹니다. 몇몇의 에피소드는 개인 정보보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The Entire History of You)'은 귀 밑에 심어진 엄지손가락 크기의 단말기를 조작하기만 하면 자신이 보고 들은 몇십 년이 넘는 지난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고, 심지어는 화면에 띄워 남들과 같이 볼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는 세계가 배경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망각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두 연인은 쉽사리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고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맙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닥치고 춤춰라(Shut Up and Dance)'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케니는 노트북의 악성코드들을 제거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거 프로그램을 다운 받습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은 웹캠을 해킹하는 프로그램이었고, 해커는 자신들의 지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저장된 연락처에 동영상을 전송하겠다고 케니를 협박합니다.

개인 정보가 해커에 의해 유출된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개인 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처리할 때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받은 사람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그 침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62조 제1항·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9조). 또한 정보주체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제1항). 다만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다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국내 법원은 대다수의 사건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대하여 부과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른바 '옥션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해킹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것의 원인이 기업의 보안업무 소홀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다43994 판결).

'싸이월드 사건'에서는 앞서 본 판결이 “고시(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기준)에 열거된 보호 조치를 준수하면 족하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이러한 고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고시에 없는 보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5다24904 판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해지자 기업의 예방 조치와 피해자의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는 법정 손해배상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법정 손해배상제도는 피해자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자신이 입은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3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정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의 2).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이 그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 제3항).

정보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공간과 거리의 제약 없는 정보의 유통을 가능하게 하여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프라이버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개인정보는 유출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기업의 사전적인 보안 조치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이러한 기업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위하여 새로운 대안적 손해배상과 구제 제도의 모색 역시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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