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켰어도 차로에 정차해 있던 사고차량 과실이 더 커

▲한문철 변호사= 안녕하십니까. 컴컴한 밤에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가로등도 없어요. 잘 가는데 갑자기 어떤 사고인지 보시겠습니다.

블랙박스차 구간단속 구간이기 때문에 시속 100km보다 낮게 가고 있습니다. 잘 가고 있는데 어이쿠. 이게 뭡니까. 사고 난 차. 사고 난 차가 2차로를 옆으로 막고 있었어요.

블박차 운전자는 가다보니까 뭐가 밟혀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는데 앞에 차가 있었던 거예요. 전혀 예상도 못했고 갑자기 시커먼 물체가 나타나서 도저히 피하지 못하고 부딪치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상대편 운전자와 보험사에서는 블박차가 100% 잘못했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전방주시를 하지 못한 블박차가 100% 책임져 라고 얘길 합니다. “제가 수신호를 해줬잖아요”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또 바로 뒤에 먼저 사고 난 차 한 대는 앞으로 조금 빼서 비상등 키고 있었어요.

블박차 운전자는 “비상등 켜고 있었는지 난 몰랐는데요. 이렇게 약간 살짝 굽은 길 조심하라고 번쩍번쩍 경고 불빛인 줄 알았지 사고가 난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또 1차로에 차 서 있는데 거기도 껌뻑껌뻑 비상등 켜져 있었는지도 난 몰랐어요!”라고 주장합니다.

아 잘 보입니다. 뭐가 번쩍번쩍 하네요. 차가 넘어지면서 사이드미러에 있는 보조등이 노란색이 번쩍번쩍하고 있었는데 블박차는 미리 안 보였다는 겁니다. 살짝 커브길이고 나중에 사고 난 다음에 영상을 보니까 ‘아 이게 보조 깜빡이 였구나. 스마트폰도 흔들고 있었구나’ 합니다.

나중에 보니까 그렇구나 그렇구나 합니다. 처음에는 몰랐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이 블박차 운전자였다면 그런 불들이 미리 보였을까요. 이 스마트폰이요. 막상 보면 잘 안 보입니다. 볼려고 하면 보이지만 밤하늘에 반딧불 왔다갔다 하듯이 그 정도로만 보여질 수 있어요.

그리고 고속도로 난간 커브길 같은 곳에 조심하라고 번쩍번쩍 하는 불들이 가끔 있어요. 블박차 운전자는 그 정도로 생각한거지 사고 난 차가 거기에 있었을 줄은 절대 생각지 못했다는 건데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차를 움직일 수 없을 때는 뒤쪽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라고 하죠. 뒤쪽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고 밤에는 저 뒤쪽에서 보일 수 있는 불꽃 신호를 하라고 되어있는데요. 그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합니다.

뒤쪽으로 삼각대 설치하러 가다가 달려오는 차에 사고 나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커요. 따라서 밤에 삼각대 설치한 다는 것은 하지 마십쇼. 내가 살아야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그런데 불꽃 신호, 지금은 매우 약해요. 비상등도 꺼진 건지 아니면 중앙분리대에서 조심하라고 어떤 등이 번쩍번쩍 하는 건지 구분도 안 되고요. 또 스마트폰 불빛도 전혀 안 보입니다.

따라서 블박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안 보인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거의 불가항력 이었다는 주장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법원에선 어떻게 볼까요.

예전에는 뒤에서 들이받은 차가 더 잘못이다, 고속도로라 하더라도 밤이라도. 그랬었지만 지금으로부터 한 15년 전에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컴컴한 밤에 고장 나거나 또는 사고 나서 방치가 된 차, 깜빡이도 안 켜고 있던 차, 그런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을 때 최소한 앞 차가 더 잘못한 것이지 뒤에서 차가 안 보이는 데 어쩌란 것이냐 해서 앞 차의 잘못이 더 크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요.

그 판결 이후로 고속도로에서 밤에 비상등도 제대로 켜지 않고 가로등도 없고 뒤에 오는 차들에게 충분한 불꽃 신호를 해주지 않았을 때 적어도 당연히 앞에 있던 차가 과실이 더 크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가로등이 있으면 앞에 뭔가 있어서 ‘어 저기 뭔가 있네’하면서 조심할 수 있지만 낮에 이런 사고였어도 앞차 40, 뒤차 60으로 봅니다.

하지만 밤이고요. 안 보이고요. 물론 나름대로 비상등 한 쪽이라고 켜놨고 주변에서 스마트폰 흔들고 있었고 잘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 마음은 저걸 어떻게 피해, 블박차에게 잘못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죠.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고요. 그리고 그 뒤쪽에 비상등 켠 차가 있었습니다.

물론 사고 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없었고 단지 갓길에 잠시 멈춰서 비상등 켠 차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컴컴한 고속도로에서 갓길이든 어디든 뭔가 불이 번쩍번쩍하면 ‘앞에 뭐가 있나’ 하면서 속도를 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아쉬움 한 30%로 볼 수 있을까요. 많이 보면 40%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라서 사고 난 차 방치한 앞 차 잘못 70, 블박차 30 또는 60대 40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사고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잘 안 보이죠. 잘 보이게 하세요. 내 차에 있습니다. 상향등. 상향등 켜면 100m까지 보여요. 그럼 미리 피할 수 있었겠죠. 여러분들 고속도로에서 상향등 켜십시오. 맞은 편 차가 오면 살짝 내렸다가 다시 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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