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거짓말탐지기 검사 기법 유출, 악용 우려... 비공개 적법"

[법률방송뉴스] 강제추행과 무고 혐의로 검찰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고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은 사람이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어떻게 돼 있는지 좀 보자고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흔히 ‘거짓말탐지기’라고 하는데 정확한 용어는 ‘심리생리검사’라고 합니다.

A씨는 2016년 서울북부지검에서 강제추행 등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대검찰청 과학수사관들이 검증해 주임검사에게 넘겼습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A씨는 2018년 1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이듬해인 2019년 2월 A씨는 서울북부지검에 ▲심리생리검사 당시 녹화물 ▲전체 질문지 ▲전체 판정표 ▲대검 검증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한마디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어떻게 돼 있는지 한번 보자는 취지의 청구입니다.

검찰은 하지만 A씨가 요청한 정보가 ‘비공개정보’에 해당한다며 공개를 거부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서 A씨는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상태여서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등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 박양준 부장판사는 하지만 A씨가 서울북부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정보가 공개될 경우 거짓말탐지기의 구체적인 검사·평가 방법이 그대로 노출돼 피검사들이 질문 구성의 방법이나 패턴을 분석해 생리적 변화를 통제하는 등 검사를 방해·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인 왜곡행동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쉽게 말해 검찰 거짓말탐지기 검사 기법이 유출돼 이를 악용할 경우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만큼 비공개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변호사들에 물어보니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재판에서 참고나 정황 증거 정도로만 쓰이지 유죄 인정의 직접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합니다.

또 왕왕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자기는 죄가 없다, 억울하다’며 먼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취지로 이 경우에도 검사 결과가 유무죄 판단을 좌우하는 건 아닙니다.

궁금한 건 A씨가 본인 말대로 이미 강제추행 등 유죄 판결을 확정 받은 마당에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공개를 요청한 게 자기는 무죄인데 정말 억울해서 도대체 결과가 어떻게 나온 건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검찰이 어떻게 해서 알았지’ 하는 단순 호기심인지 궁금합니다.

어느 경우든 공개는 불가하다 하니,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는 일 자체가 없게 사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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