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아 빚 많다... 채무는 가족재산 산정에서 제외해야" 주장
법원 "평소 씀씀이 커... 병역 면탈 위해 고의로 거액 빚 질 가능성도 있어"

[법률방송뉴스] 생계 곤란을 사유로 병역감면 신청을 냈지만 병무청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낸 2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습니다.

타고 다니는 차도 이 20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28살 A씨는 2년 전인 2018년 "내가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병무청에 병역감면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습니다.

병역법 시행령은 현역병 입영 대상자 중에서 가족 부양 능력과 재산 등을 따져 병무청장이 전시근로역에 편입해 사실상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가 소송을 낸 2018년 병무청 처리기준은 가족 재산이 9천690만원 이하이고 입영 대상자를 제외하고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는 경우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씨 가족은 당시 2억원대 주택을 가지고 있어 가족 재산 9천690만원 기준을 초과해 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주택 구입 과정에 1억4천여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며 이 채무액을 가족 재산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에선 병역 감면을 위한 재산을 산정할 때 빚을 빼고 계산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병무청에 이어 1심, 그리고 2심 재판부도 모두 A씨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서울고법 행정8부 이재영 이승철 김제욱 부장판사)는 먼저 "실무적으로 대출금은 사용처 확인이 곤란해 병역 면탈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채를 재산에서 공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행정력의 한계나 제도 악용 우려 등을 고려해 재산 산정 방식을 정한 것이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정말 어려워 빚을 진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고의로 거액의 빚을 지고 병역을 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채무는 재산 산정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병역법 시행령은 또 재산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생계가 곤란한 사람'이라면 지방병무청장의 재량에 따라 병역을 감면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A씨는 ‘생계가 곤란한 사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신용카드 사용 내용 등으로 미뤄 보면 A씨 가족의 평소 씀씀이가 작지 않았고, A씨가 수천만원짜리 아우디 승용차를 타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판단했습니다.

A씨가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편입된 이후 6년간 자기계발 등을 이유로 병역을 연기하다가 상근예비역 소집 대상자가 되자 비로소 감면을 신청한 점도 판결에 감안됐습니다.

외제차 탄다고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적어도 ‘생계 곤란’을 이유로 병역 면제를 신청하고 소송을 내려면 외제차는 좀 파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은,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외제차든 뭐든 팔 것도 없는 사람들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제도를 약삭빠르게 악용하는 모습들은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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