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아닌 구두로 해고 통보... 대법원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

[법률방송뉴스] '판결로 보는 세상', 오늘(17일)은 좀 특이한 해고무효소송 얘기해 보겠습니다.

A씨는 B법인 대표이사 수행기사로 일한지 한 달 만에 대표로부터 "오늘까지만 근무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겁니다. 

해당 법인은 이후 A씨에게 다른 보직을 제시하며 다른 시로 출근하라고 했지만 A씨는 출근하지 않았고, 노동청에 ‘해고유예수당 미지급’ 진정을 넣었습니다.

해고예고수당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30일 전까지 미리 통보하지 않을 경우 최소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B법인은 A씨에게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340여만원을 지급했고, A씨는 '합의, 해고예고수당 지급받음'을 이유로 진정을 취하했습니다.

그 사이 A씨는 다른 회사에 취직을 했고 일단락되는 듯한 사건은 A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지노위는 B법인이 다시 출근하라곤 했지만 원직 복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A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지노위 결정은 뒤집혔고, A씨는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이번엔 "부당해고구제 중노위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오늘 A씨 손을 들어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일단 내용적으로는 다른 보직을 줄 테니 출근하라는 회사 제안을 거부하고 ‘퇴직위로금’을 받고 노동청에 ‘합의’ 했다며 진정을 취하한 A씨가 ‘해고’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 "A씨가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하는 대표이사에 반발했고, B법인이 A씨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했으니 A씨를 해고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회사 측의 두 차례 출근 명령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새 출근 장소가 기존 출근 장소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며 “이를 근거로 A씨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퇴사 직후 다른 회사에 취직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급하게 다른 기업에 입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며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해고가 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해고가 맞다면 그 다음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싱겁게 결론이 났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따라 "그럼에도 B법인 대표이사는 A씨에게 구두로 해고 통지를 했을 뿐 서면 통지하지 않았으니 그 해고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부당해고 소송에서 확정 승소 판결을 받으면 이 기간 받지 못한 임금 등을 달라는 소송을 내서 전부 받아낼 수 있습니다. 

흔히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하는데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법은 잘 알면 무지하게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오죽하면 일부 법조인에 ‘법기술자’, ‘법꾸라지’라는 곱지 않은 말까지 붙였겠습니까. 

그나저나 ‘순진했던’ 저 법인은 참 난감할 것 같습니다. 다시 대표이사 수행기사로 부르기도 그렇고 아무 일도 안 시키고 나중에 몰아서 월급 주기도 그렇고. 요지경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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