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변호사 4명, 경찰이 집회 저지하자 "체포하겠다"며 경비과장을 20여m 끌고 가
공무집행 방해, 체포치상 등 혐의로 기소... 대법원 "체포미수죄 인정" 벌금형 확정

지난 2013년 3월 8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근로자들과 농성장 철거를 시도하는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3년 3월 8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근로자들과 농성장 철거를 시도하는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쌍용자동차 집회에 참가한 변호사 4명이 "집회를 방해하는 경찰관을 체포하겠다"며 경찰 경비과장을 끌고 갔다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무집행 방해 및 체포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민변 소속 이덕우·김유정·송영섭·김태욱 변호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체포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14일 확정했다. '집회를 방해한 경찰관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무죄 판단한 원심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 변호사 등은 지난 2013년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집회에서 경찰관들에게 질서유지선 밖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하다가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20m가량 끌고 가 허리 염좌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당시 경비과장과 실랑이를 벌이다 “직권남용죄, 집해방해죄로 체포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그를 끌고 가다가 현장에 있던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과 경찰관들에 의해 제지됐다.

현행법상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가 가능하다. 현행범은 긴급한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죄증이 확실해 부당한 인권침해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경찰관이라 해도 현행범일 경우에는 일반인도 경찰관을 체포할 수 있다.

이 변호사 등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집회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집회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현행범 체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방위 행위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집회 장소에서 끌어내 인근 검찰청까지 데려가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의사로 체포한 것"이라며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경비과장을 집시법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집회 방해에 해당하려면 폭행 및 협박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며 "경찰의 질서유지선 설정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피해자는 현행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일시적으로나마 피해자의 신체를 구속했는 바, 이는 체포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며 "그러나 체포행위 지속 시간이 약 1분 10초에 불과하고, 피해자도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말리려는 동료들에게 ‘놔두라’며 피고인들과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는 이유로 '체포죄'가 아닌 '체포미수죄'를 적용했다.

형법 276조 체포죄 조항은 '사람을 체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280조 체포미수죄 조항은 '체포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체포'는 공권력의 힘으로 사람의 신체를 즉시 구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형법상 체포는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직접적인 구속을 가하여 행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를 뜻한다. 체포 행위의 주체를 공권력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이 변호사 등이 체포 의사를 가지고 체포 행위를 했지만, 피해자의 행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상처가 극히 경미하거나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치유가 가능한 정도라면 체포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판례에 따라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체포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 281조 체포치상죄는 '체포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 등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1심의 판결은 그대로 유지됐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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