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피감독자 간음 등 혐의 구속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집행유예로 풀어줘
법원 "죄질 안 좋지만... 피해자들로부터 용서 받고, 피고인 처벌 원하지 않아"

[법률방송뉴스] 자신의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75) 전 DB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에서 풀려났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오늘(17일)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풀어줬습니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5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김준기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1년간 경기도 남양주 자신의 별장에서 근무한 가사도우미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2017년 2∼7월 사이 6개월 동안에는 자신의 비서를 여러 차례 상습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김 전 회장은 가사도우미와 성관계 등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명시적인 거부 의사가 없어서 동의 하에 관계를 가진 것으로 이해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였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김 전 회장을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며 김 전 회장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비서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에서 모순되는 점을 찾기 어렵고 진술 신빙성이 높으며 연인 관계로 볼만한 근거도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김 전 회장은 피해자들이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내부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김 전 회장을 질타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가 책무를 망각하고 피해자들을 추행·간음해 죄질이 좋지 않다"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거듭된 강한 질타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고 피해자들이 김 전 회장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주요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습니다.

재판에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 점과 고령인 점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습니다.

결론적으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김 전 회장은 수감돼 있던 구치소에서 오늘 풀려납니다.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수사에 불응해 오던 김 전 회장은 경찰이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 올리자 지난해 10월 귀국해 체포됐습니다.

김 전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데 주요 양형사유로 참작된 ‘피해자들의 용서’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는 어떻게 받아냈을까요. 아마도 ‘짐작’하는 대로일 것입니다.

“죄질이 좋지 않다”는 재판부의 ‘질타’는 김 전 회장의 범죄에 대한 준엄한 질타일까요.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한 판결문상 일종의 준비된 도식적인 발언일까요.

법원 판결을 의심하면 안 되는데 ‘재벌 회장이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을까’ 어쩔 수 없이 의심해 보게 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준기 전 회장과 같은 피감독자 간음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입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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