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치단체와 비정치단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 없어"
"정당가입 금지는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하기 위한 것"

[법률방송뉴스] 교사가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재는 다만 교사들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정당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으로 결정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헌재가 오늘(23일)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은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 1항입니다.

앞서 현직교사 9명은 해당 조항에 대해 “정당 설립 및 가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재는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가 해당 법 조항에서 주목한 것은 '그 밖의 정치단체'라는 표현입니다.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명확성 원칙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헌재 판단입니다.  

헌재는 먼저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가입이 금지되는 대상을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단체의 목적이나 활동에 관한 어떠한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정치단체'와 '비정치단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도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그 밖의 정치단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해 수범자에 대한 위축 효과와 법 집행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헌재의 지적입니다. 수범자는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교사’가 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구성원의 모든 사회적 활동은 정치와 관련된다.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그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결성 및 가입까지 전면 금지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 및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입니다.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헌재는 ‘교사는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 등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해당 조항은  당파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교원의 정치적·교육적 중립성을 보장·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입니다. 

헌재는 또 공무원의 공무 외의 집단행위를 금지한 법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먼저 "해당 조항이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공무원의 집단행동이 공무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이익 추구에 장애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이에 "설령 공무원의 집단적인 정치적 표현 행위가 공익을 표방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상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제거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으로 공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의 오늘 결정을 보니 ‘법원은 재판으로 세상을 바꾸기도 하고 유지하기도 한다’는 법격언이 떠오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첫걸음에 목적한 곳에 도착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방향이 맞다면 꾸준히 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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