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애인 집단성폭행 사건' 10대들, 10년 만에 "국가 배상" 판결... 이유는
'수원 장애인 집단성폭행 사건' 10대들, 10년 만에 "국가 배상" 판결... 이유는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04.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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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질문을 답변으로 바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검찰 '무혐의' 처분
대법원 "국가가 손해배상" 판결 확정... "수사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

[법률방송뉴스] 경찰이 10대 남학생들의 성폭행 혐의를 조사하면서 단답형으로 답한 것을 길게 답변한 것처럼 피의자 신문조서를 꾸몄습니다.

질문과 답변이 바뀌긴 했지만 완전히 없는 사실을 적은 건 아니고, 법원은 이 경찰 조서를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런데 남학생들은 뒤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성폭행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지난 2010년 7월 당시 15살이었던 김모군 등 중학교 선후배 7명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당시 18살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경찰은 당시 제보자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김군 등을 조사했는데 피의자들 가운데 일부가 경찰의 첫번째 피의자 신문에서 범행을 자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과정이나 세부내용에 대해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장문으로 질문을 했고, 피의자들은 이에 단답형으로 답변을 했습니다.

문제는 경찰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질문과 답변을 바꿔 질문한 내용을 답변한 내용처럼 적어 피의자들이 구체적으로 진술을 한 것처럼 조서를 말 그대로 ‘꾸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김군 등 4명 모두에 대해 구속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고,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피의자 자백 진술조서를 근거로 4명 모두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를 해보니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김군 등도 모두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구속 20여일 만에 김군 등을 모두 풀어주고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증거도 없다”며 김군 등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이에 김군 등과 이들의 부모는 “경찰이 사실상 진술조서를 조작해 억울하게 구속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김군 등 당사자들에겐 3천만원씩을, 부모들에겐 500만~1천만원씩을 각각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에선 경찰이 위법한 수사를 했는지와, 조서 작성 과정에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한 법무부는 "자백 취지 자체를 조작하지 않았고, 김군 등이 조서 내용에 서명·날인한 점"을 들어 위법한 수사가 아니고 직무상 과실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1·2심 재판부는 하지만 법무부 주장을 기각하고 김군 등에게 100만~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경찰이 문답의 내용을 바꿔 기재해 마치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것처럼 김군 등에 대한 조서를 작성,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 1·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경찰이 위법한 수사를 했다는 원고 주장에 대해선 "조사과정에서 부모 등 신뢰관계자 동석이 적법하게 진행됐고,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조작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위법 수사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2부 주심 박상옥 대법관)도 오늘(29일) “원심 판결이 옳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특히 피의자가 소년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에 있어 직무상 의무 위반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선례”라고 오늘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뒤집어 보면 그동안 관련 소송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면 경찰과 검찰 수사기관에서 조서 작성에 직무상 의무 위반이 있어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이제라도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이 내려진 것은 그나마 다행인데, 궁금한 것은 검찰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김군 등이 왜 1차 경찰조서에선 단답형 답변이라 해도 혐의를 ‘자백’ 했냐는 점입니다.

증거가 없는 등 돌아가는 분위기를 봐서 잡아뗀 것인지, 경찰이 애초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 ‘실체적 진실’이 궁금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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