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죽었는데 책임은 못 물어"... 의료사고 입증은 '기울어진 운동장'

[법률방송뉴스] 장염 증세를 보여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심정지로 사망한 11살 지환이와 지환이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을 어제(13일) 보도해 드렸는데요.

아파서 병원을 갔는데 그것도 종합병원에 입원했는데, 입원 당일 아이가 죽어버린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

이런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앞에 두고 병원 측에 법적으로 의료사고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환이가 입원했던 종합병원 응급실의 임상병리 결과 보고서입니다.

탈수증과 적혈구 과다, 콩팥 장애, 심장 질환, 폐 질환, 감염과 염증 등의 증상이나 질환이 적혀 있습니다.

11살짜리 아이의 임상병리 결과라고 보기엔 너무나 참담합니다.

지환이의 부모는 이게 원래 이런 상태에서 지환이가 응급실을 찾은 건지, 종합병원에서 대처는 제대로 한 건지 몰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환이 장례를 마친 뒤 곧바로 병원을 찾아갔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곽재헌(41)·서지현(가명·41) / 지환이 부모]
"왜 이렇게 봤다든가, 이런 게 추측이 된다든가, 아니면 우리는 아이한테 이렇게 했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아니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이 정도까지 우리가 해줬다, 그렇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안타깝게 생각을 한다든가,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는 지환이 부모는 해당 병원을 병원에 고소했고, 현재 경찰이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환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에 대해 "심근염 및 심외막염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병원 측은 안타깝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A종합병원 관계자]
"물론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불가항력적으로 생긴 것에 대해서 최선의 응급처치를 하고 했단 말이에요. 하지만 안타깝게 사망을 했습니다."

지환이가 호흡곤란이나 시력감퇴 등 이상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간호사가 "괜찮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의료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A종합병원 관계자]
"이상증상이라는 게 병동에서 판단을 했을 때 의사가 올라와서 확인하면 확인할 만한 정도의 그런 부분이라든지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죠. 하지만 그때 상황은 그렇게 의사가 올라와서 확인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겠죠."

지환이에게 1차 심정지가 왔을 때 응급실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는 취했다고 병원 측은 거듭 강조했습니다.

[A종합병원 관계자]
"화장실에 간다거나 전화 못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가지고 연락이 안 됐다 됐다 얘기하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죠. 종합병원에서 그런 상황이 생겼는데 아무것도 조치를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바로 응급실 의사에게 연락해서 바로 올라오셔서 다 응급처치 진행을 했죠. (심폐소생술 했을 때 진행하신 거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지환이 부모 입장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다 취했는데 그럼 우리 아이는 왜 죽었냐"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습니다.

경찰 고소가 검찰 기소와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금이라도 받아낼 수 있을지 지환이의 의료기록들을 가지고 의료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봤습니다.

일단 앞서 언급한 지환이의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시각이 오후 5시 무렵, 지환이가 발작을 일으킨 시각은 오후 5시 55분입니다.

55분 사이 지환이에게 장염 외 다른 증상을 의심해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정현석 의료전문 변호사는 말합니다.

[정현석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다우]
"55분 사이에 이 병원이 무언가 조치를 취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겠는가, 아니면 55분 동안 의학조치를 지연한 것이 이 사고의 원인이 됐는가, 사망의 원인이 됐는가, 그 사망의 원인이 됐는가라고 하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병원 측에 과실을 묻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초음파나 혈액 검사를 하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기본적으로 소화기 질환을 의심해 대처하는 것이 병원의 기본적인 프로토콜이라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정현석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다우]
"일반적인 프로토콜에 따르면 소화기 질환을 먼저 의심을 하고 소화기 질환에 대해서 감별진단을 해보는 것이 프로토콜에 맞기 때문에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원칙에 어긋나는 진료를 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호흡곤란 등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지환이 부모에게 "괜찮다"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한 간호사의 행위도 크게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정현석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다우]
"호소하는 임상증상을 수렴하는 것, 그것은 간호사가 하는 일이 맞거든요. 다만 의학적 판단을 내리고 향후에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고 결정을 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고요."

다만 지환이가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은 것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증상이 나타난 것이니만큼 의학적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현석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다우]
"눈이 안 보인다... 종전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증상이기 때문에 게다가 지금 이 환자에게 의심하고 있었던 증상은 소화기 질환이었는데 눈이 안 보인다는 증상을 호소했으면 그것은 새로운 어떤 판단의 팩터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다만 이 경우에도 안과적 질환을 바로 심장 문제와 연관시켜 판단할 의무까지 병원에 지우기는 힘들다고 정 변호사는 설명합니다.

[정현석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다우]
"안과적인 질환으로 호소를 했을 때 아주 신속하게 심근염에 대한 의심을 하고 치료를 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그것까지 기대를 하는 것은 사법적으로 무리다, 그러니까 의료적으로 봤을 때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할지는 몰라도..."

결국 지금까지 확보한 의료기록만 가지고는 병원 측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데, 병원의 잘못을 찾아내 이를 입증하는 것은 고스란히 피해자 가족, 지환이 부모의 몫입니다.

[정현석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다우]
"보호자가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수밖에 없어요. 어찌 보면 의료사고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 있던 사실을 역행해서 거슬러 올라가서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이나 판단을 하는 제3자는 기록을 가지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생때같은 아이가 병원에 하루 만에 죽었는데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현실.

현재로선 압수수색 등 경찰이나 검찰의 강제수사를 통해 병원 측의 과실이 입증되기를 바라는 게 유일한 방법이자 기대입니다.  

지환이 부모가 자신들은 지환이를 잃었지만, 혹시라도 억울한 죽음이 더 없게 의료사고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곽재헌(41)·서지현(가명·41) / 지환이 부모]
"아이들은 이런 일 때문에 허무하게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저희는 그것을 바라고 그래서 청원을 올린 것이거든요. 누가 나서도 그것(사망원인)을 못 말해주는 것이잖아요. 국과수도 사인만 나오지 얘가 왜 이렇게 됐다고 하는 것도 없어요. 저희는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예요."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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