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리프트 이용 장애인 사망 계기로 소송... "정당한 편의 제공 아냐"
1·2심 "엘리베이터 설치 필요성 인정되지만 이미 용역 발주" 원고 패소
리프트 이용 장애인 "더 나은 리프트는 있어도 '좋은 리프트'는 없어"

[법률방송뉴스] 판결 소식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장애인들이 “엘레베이터가 없고 휠체어리프트만 있는 지하철역에 휠체어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며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서울고법 민사37부(권순형 정경근 최은정 부장판사)는 오늘 이원정씨 등 지체장애인 5명이 낸 차별 구제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은 지난 2017년 10월 지체장애인 고(故) 한경덕씨가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 계단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제기됐습니다.

지하철역의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 관련법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아닌 ‘위험시설’이니만큼 지하철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는 철거하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가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일단 "휠체어리프트가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며 휠체어리프트가 위험시설이라는 장애인들의 주장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서울교통공사 등이 이미 승강기 설치에 관한 용역을 도급했고 이를 대외에 공표했으므로 적극적 조치 이행은 명하지 않기로 한다"며 장애인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설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서울교통공사에서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등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에 들어간 만큼 판결로까지 설치를 강제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장애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리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지하철역 휠체어리프트 관련 ‘척수야 사랑해’라는 인터넷 카페에 생생한 경험담이 올라와 있는데, 글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글쓴이는 "안전해 보이지 않는 덜컹거리고 꽤나 오래돼 보이는 리프트에 몸을 싣는다. 계단이 긴 만큼 밑에서 내려다본 모습 역시 무섭다. 손잡이를 꽉 잡으며 ‘혹여나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가끔 스친다“고 휠체어리프트를 탈 때의 심정을 적고 있습니다.

꼭 사고가 아니더라도 역무원을 호출하고, 사람들 바삐 오가는데서 역무원 올 때까지 기다리고, 휠체어를 리프트에 설치해서 타고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에 고장도 잦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올 때는 리프트와 충돌할 수 있는 상황도 더러 발생한다는 것이 글쓴이의 호소입니다.

글쓴이는 특히 “느리게 가는 리프트 위에서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도 한 몸에 받아야 한다”고 곤혹스러움과 난감함을 나타내며 “이렇듯 리프트는 계단 위에 휠체어와 온몸을 실어야 하는 불편함과 위험성을 가졌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엘리베이터는 그런 불편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목발 이용자, 어르신, 임산부, 그리고 일시적으로 몸이 다친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나은 리프트는 있겠지만, 좋은 리프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리프트가 좋아져도 리프트다. 아무리 리프트가 좋아져도 엘리베이터는 되진 못한다“는 게 글쓴이의 말입니다.

법원이 과잉 개입해서는 안 되고 법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법원 판결 취지를 이해 못할 건 아니나, 기왕에 엘리베이터 설치 필요성을 인정했으면 그 설치도 법원이 판결로 강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설치 용역을 맡겼다 하니 하루빨리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모두 설치돼 ‘휠체어리프트’라는 시설이 거창하긴 하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면 합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