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토론회 열려... "66%는 최저임금 못받고, 온갖 업무외 잡일에 주민 갑질까지"

▲유재광 앵커= 앞서 국회에서 오늘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고 했는데, 신새아 기자가 토론회 현장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토론회 어떤 토론회인가요. 

▲신새아 기자=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입니다.

주최자인 천준호 의원은 앞서 장한지 기자 리포트에서 언급한 주민의 폭행과 폭언 등 갑질에 시달리다 사망한 경비원 고 최희석씨가 근무했던 아파트가 지역구에 있습니다.

오늘 토론회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축사를 보내와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천준호 의원은 개회사에서 60대 임시 계약직 노동자가 쓴 책 ‘임계장 이야기’에 나오는 ‘고·다·자’라는 조어를 언급하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습니다.

▲앵커= ‘고·다·자’가 뭔가요.

▲신새아 기자=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에 따르면 경비원을 흔히 ‘고·다·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너무 쉽다, 그래서 경비원을 ‘고·다·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천준호 의원은 고 최희석씨 경우와 이전에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유사 사례 등을 언급하며 “오늘 토론회가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권익보호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습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2명이 직접 토론회장에 나와 현장사례 발표를 했고, 주제발표는 남우근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정책위원이 맡았습니다.

이어 천준호 의원 사회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서울시, 경찰청 등 정부부처 담당자와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관계자 등이 토론자로 나와 토론을 벌였습니다.

▲앵커= 개선책이나 대안을 마련하려면 문제점이나 실태부터 지적했을 것 같은데, 어떤 내용들인가요.

▲신새아 기자=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와 고용안정·권익보호 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남우근 정책위원은 ‘드러난 문제’와 ‘가려진 문제’로 아파트 경비원 문제를 나누었는데요.

업무 범위나 입주민 갑질 문제는 바깥으로 드러난 문제인 반면, 2중의 간접고용으로 인한 법적 사용자 책임의 형해화 문제, 24시간 격일제 전근대적 근무형태 문제, 임금이나 고용불안 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심각하지만 가려진 문제라는 게 남우근 위원의 지적입니다.

▲앵커= 말들이 좀 어려운데 일단 드러난 문제, 업무 범위나 갑질 문제부터 좀 볼까요.

일단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공동주택 경비원은 16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먼저 업무 범위와 관련해서 보면, 지난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요시간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경비원 본업이라 할 수 있는 방범 업무는 31%밖에는 안 됐습니다.

나머지 70% 가까운 시간은 청소나 조경, 분리수거, 택배, 주차관리 등 경비 외 업무를 처리하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여러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관련해서는 규정 근로시간 기준으로는 30%가 최저임금 미만, 실 근로시간으로 하면 66%가 최저임금 미만자로 추정된다는 것이 남우근 위원의 발표입니다.

또 주택관리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아파트 노동자가 입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경우가 3천 건에 육박하고, 앞서 언급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노동자의 약 24%가 입주민으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저임금 언저리 혹은 그 미만의 임금을 받으며 온갖 궂은 일 장시간 노동과 이런저런 갑질에 시달리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비노동자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아파트 경비노동자 A씨]

"다들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고령 일자리로 그만하면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제가 일을 하다 보니 경비노동자는 옛날 말로 하자면 ‘머슴’과 같이 막 부리는, 막 대하는 노동자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아파트에서는 작년까지 입주민들에게 거수경례를 했습니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B씨]

“저희 아파트엔 휴게시간이 11시부터 아침 6시까진데 그 시간에 야간순찰을 1시간 도는데 누워서 피곤해서 쉬고 있으면 1시, 2시에 택배 찾으러 와서 문 두들기고 해서 잠을 못잡니다. 그런 게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아 이제 경비생활 그만해야 되겠다 하는 찰나에 제가 쓰러진 겁니다. 그리고 불을 켜면 너무 눈이 부셔서 불을 끄고 자면 불을 끈다고 항의하는 주민들이...”

▲앵커= 드러난 문제가 이 정도이고, 가라앉은 문제들이 더 있다는 건데 그건 또 구체적으로 뭔가요.

▲신새아 기자=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언급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요. 대표적인 게 앞서 언급한 ‘2중의 간접고용으로 인한 법적 사용자 책임의 형해화 문제’입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요.

경비노동자 고용구조를 보면 크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와 입주자회의에서 경비용역회사에 업무를 주면 경비용역회사에서 경비원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입주자회의에서 위탁관리회사에 업무를 맡기면 여기서 경비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고, 위탁관리회사가 경비용역회사에 다시 위탁을 줘서 여기서 경비원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복잡하네요.

▲신새아 기자= 네, 일단 크게 보면 4가지 경우인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10%가 채 안됩니다. 나머지 90%는 경비용역회사나 위탁관리회사를 통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원청 직접고용은 10명에 1명 정도고 나머지 9명은 하청에 재하청을 통해 고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다보니 업무감독이나 지시 등 관리·감독이나 보호 주체가 모호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업무도 경비만 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 하다보니 법적으로도 경비업법이나 주택관리법과 상충되거나 위반하는 경우가 일상적으로 생기고 있는 겁니다.

그밖에도 구조적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데, 발제를 한 남우근 위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남우근 연구위원 /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경비노동자 입장에서는 일터죠. 노동을 하고 거기에 대한 임금을 받아서 생활을 하는 일터입니다. 삶터와 일터가 교차되는 공간이 아파트라는 것이고요. 그런데 아파트 입주민들은 법상 사용자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마인드를 갖고 계십니다. 그래서 내가 월급을 주고 있다, 사용자 의식을 갖고 있는 반면에 법상 사용자 책임을 지진 않고 있죠.”

▲앵커= 이거 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신새아 기자= 남우근 위원은 “여론에 기댄 일시적 해법이 아니라 구조적 해법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3개월, 6개월 이런 단기근로계약을 차단할 수 있는 정책 수립과 실행, 휴게시간의 실질적 보장과 휴게실 설치 규정 강화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입주민의 갑질 방지를 위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확대 적용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됐습니다.

또 24시간 격일근무 교대제 개선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는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 절차 개선, 경비원과 관리원 이원화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남우근 위원의 제안입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부작용, 예를 들자면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점 해소가 관건인데요. 큰 틀에서 보면 법제도 개선과 함께 공동주택 생활문화를 바꾸고 지역공동체 의식 복원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남우근 위원의 지적입니다.

▲앵커= 쉽지 않아 보이는데, 아무튼 경비원을 ‘고·다·자’라고 부를 정도면 뭔가 개선책 마련과 추진은 시급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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