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업무용 휴대폰 1대 잠금해제돼 포렌식... 사망 경위, 방조 의혹 '단서' 주목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비밀번호 어떻게 알았나" 질문에 대답 안 해
인터넷에 '고소장'으로 떠도는 '1차 진술서'는 피해자 어머니가 목사에게 건넨 것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업무용 휴대폰이 피해자 측의 비밀번호 제보로 잠금 해제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분석팀은 전날 박 전 시장 유족 측 변호사와 서울시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폰 1대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경찰은 이 휴대폰의 원본 데이터를 복제한 뒤 디지털 포렌식에 착수했다. 포렌식에는 2∼3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XS 기종인 이 휴대폰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장소에서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뿐 아니라 서울시의 성추행 방조 의혹, 박 전 시장이 피소를 전후해 어떤 연락을 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단서가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일단 포렌식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비밀번호를 푸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박 전 시장 휴대폰이 이처럼 신속하게 잠금 해제된 것은 피해자 측이 비밀번호를 제보했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이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았느냐를 놓고 다시 '2차 가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폰은 평소 지근거리에서 일정과 업무를 챙긴 비서 등이 관리해왔기 때문에 비밀번호가 공유됐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폰은 잠금장치가 특히 복잡해 풀기가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숨진 검찰 수사관의 휴대폰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가 4개월만에 비밀번호를 풀었다.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사방' 사건 주범 조주빈(24)의 휴대폰 중 1대는 경찰이 4개월째 암호 해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상태다. 두 휴대폰 모두 아이폰X 기종이다.

한편 인터넷에서 A씨의 '고소장'이라며 떠돌고 있는 문건은 A씨의 어머니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목사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변호인을 만나 상담한 뒤 고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박 전 시장으로부터 겪은 피해 사실을 정리한 '1차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 문건을 알게 된 A씨의 어머니는 교회 목사에게 고민을 토로하며 이를 전달했고, 이 목사는 다시 문건을 교회의 다른 관계자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고소 당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과 SNS에는 A씨가 쓴 '고소장'이라는 이름으로 피해 사실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힌 문건이 급속히 확산됐다. A씨 측은 문건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오전 A씨 측이 '1차 진술서'를 A씨 어머니의 지인인 한 교회 목사가 유포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문건이 실제 고소장이 맞는지와는 별개로, 고소인이 작성한 것처럼 유통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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