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등 얼굴, 주소, 휴대폰 번호까지... "사법 불신에 사회적 심판"

[법률방송뉴스] ‘디지털 교도소’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흉악한 성범죄나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인데, 문제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처럼 법원 판결이나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이트 운영자가 민간인 개인인데, 운영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흉악범들에게 사회적 심판을 내리겠다“고 사이트 운영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오늘(23일) ‘LAW 투데이’는 디지털 교도소 관련한 얘기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신새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디지털 교도소’라는 이름의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 이름 바로 아래 ‘성범죄자&싸이코패스 신상정보 알림e’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말 그대로 대문짝만하게 사진들이 죽 걸려 있습니다.

‘박사방 공무원’이라며 실명과 근무지, 부하 여군 성추행 대령, 접대 강요 대위라며 역시 실명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습니다.

클릭해 들어가 보니 “딸이 대학교 1학년인데 22살 차이 나는 부하 여군을 사랑한다며 찝쩍거렸다”고 적고 있습니다.

대령 본인에서 그치지 않고 대령 부인의 실명과 생년월일을 언급하며 여군을 찾아가 “합의하지 않으면 가족까지 큰일 날 줄 알라며 협박했다”고도 적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단역배우 두 자매 자살 사건, 성폭행 임실군청 산업건설국장, 대전 대덕구청 화장실 몰카 공무원, 소아성애를 뜻하는 ‘페도필리아’ 디지털 장의사, 제주대학교 성폭행 교수 등의 제목으로 얼굴과 실명은 기본이고 나이와 주소, 핸드폰 번호까지 공개해 놓고 있습니다.

‘단역배우 두 자매 자살 사건’ 같은 경우는 “두 자매들을 자살에 이르게 한 가해자 중 한 명이며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지금까지도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주소와 핸드폰 번호까지 공개했는데, “전화해보니까 잘 받음. 잘 살아있음”이라는 댓글이 눈에 띕니다.

일단 법적으론 법원 판결로 성추행이 확정된 범죄자가 아님에도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겁니다.

‘제주대학교 성폭행 교수’라고 신상을 공개한 경우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홈페이지에 신상을 공개한 경우입니다.

댓글엔 그대로 옮기기가 부적절할 정도로 수위가 센 온갖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판사 실명을 거론하며 “판사 판결 잘해라,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본다, 내가”라는 댓글도 있습니다.

홈페이지 사이트 소개를 보면 "디지털 교도소는 대한민국 악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운영자는 그러면서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범죄자들은 점점 진화하며 레벨업을 거듭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는 것이 운영자의 말입니다.

신상공개 기간과 관련해 운영자는 “모든 범죄자들의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이며 근황은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윤성 교수 /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이제 그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우리나라에서의 어떤 법집행이라든가 사법처리가 너무 약하다. 약하고, 이제 정의가 제대로 실현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제 정의가 제대로 실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위 얘기하는 ‘공적인 처벌’이 아니고 시민들이 독자적으로 구성을 해가지고 사적인 처벌을 하겠다는 거거든요.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겠다. 그런 의미로...”

실제 “이 XX 면상 보러 들어왔다" “딱 범죄 저지르게 생겼다” “천벌을 받아라”는 식의 댓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이트 운영자가 공언한 대로 적어도 사이트 내에선 일정하게 ‘사회적 심판’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관련해서 사이트는 성범죄자와 아동학대, 살인자로 ‘범죄자 목록’을 나누었고, 성범죄의 경우엔 다시 디지털, 소아성애, 지인능욕으로 세분화해서 신상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른바 ‘디지털 감옥’에 수감된 사람은 100여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방문해 신상이 공개된 사람들의 정보를 열람하는 것을 네티즌들은 ‘면회’라고 표현하는데, "속시원하다"는 식의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디지털 교도소 응원합니다”, “대박이다”, “디지털 교도소야말로 정부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디지털 교도소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흉악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미꾸라지처럼 법을 피해나가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 그런 가해자들을 잡아내지 못하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무력감, 피해자만 계속 피해자가 되는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즉 만연하고 깊어진 사법 불신이 디지털 교도소와 이에 대한 열광이라는 ‘특이 현상’을 낳았다는 분석입니다.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신상공개 제도 이런 것들이 매우 엄격하게 유지되고 그것이 또 이렇게 운영되다 보니까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이 법의 간격이 굉장히 넓어진 거죠. 이 범죄자들을 어떻게 내버려둘 수 있을까. 이게 법이 따라오지 않는 국민들의 법의식의 한계에서 이제 지금같은 디지털 교도소가 만들어지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실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에 대해 법원이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리자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엔 해당 판사들의 사진과 실명, 생년월일 등이 손정우와 함께 공개됐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판사들이 손정우와 함께 디지털 교도소에 수감돼 갇힌 겁니다.

그리고 댓글엔 “인간 이하 XX를 그냥 놔두다시피 한 판사들과 이 나라가 더 나쁘다”는 식의 비판과 인신공격성 발언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의 등장과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열광은 그 취지와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라는 실정법 위반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불법 정보공개 사이트로 사이트를 폐쇄해야 하는지 같은 딜레마도 함께 던져주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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