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위법성 있다 해도 열광 이유 들여다봐야"
“디지털 성범죄 공론화, 해결책 모색 플랫폼 필요해”

▲유재광 앵커= ‘디지털 교도소’ 얘기 이어서 하겠습니다. 앞서 리포트를 했던 신새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가장 궁금한 게 사이트 운영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진 게 있나요.

▲기자= 아직 사이트 운영자의 정확한 정보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운영자는 다만 오마이뉴스와의 모바일 메신저 인터뷰에서 자신은 남미에 거주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신을 ‘박 소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걸로 미뤄 성은 박씨로 추정되는데, 나이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는 알려진 게 없는 상태입니다.

사이트 소개를 보면 “본 사이트”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본 뭐뭐’는 이런 표현은 나이 어린 세대는 잘 안 쓰는 표현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나이가 있을 걸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앵커= 사이트를 들어가서 보니까 신상을 공개한 사람들의 정보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방대한데, 이거는 어떻게 수집했을까요. 

▲기자= 이것도 사이트 소개를 보면 “저희는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저는’이 아니고 복수를 뜻하는 ‘저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와 관련 사이트 운영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2명의 조력자와 50여명의 배심원단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배심원단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건가요.

▲기자= 일단 텔레그램 수사방 개설과 가상 컴퓨팅 환경을 제공한, 부산과 대구가 고향인 조력자가 2명 있다는 게 운영자의 말이고요. 배심원단은 자신을 돕는 이들을 배심원단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범죄자들 신상을 같이 알아보고,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는 것이 운영자의 설명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범죄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들과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회의를 통해 수감, 그러니까 신상정보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운영자의 말입니다. 

당연히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나는 건 아니고, 온라인에서 익명으로만 소통한다고 합니다.    

▲앵커= 아무리 알아본다 해도 대상자의 휴대폰 번호 이런 건 그냥 개인이 알아내긴 어려운 것 아닌가요.

▲기자= 이와 관련 이른바 배심원단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사법부나 경찰 등 현직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냐는 질문에 운영자는 “그 부분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시인도 부인도 안 했습니다.

▲앵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하게 된 계기 같은 건 말한 게 있나요.

▲기자= 네, 이와 관련 운영자는 “사촌동생이 피해자”라고 말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많은 사건을 보다 보면 공통적인 게 있다. 피해자는 계속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피해자는 숨어 다니고 이름도 바꾸고 이사도 가지만, 가해자들은 더 당당하게 피해자를 협박하고 애원하는 피해자 모습을 찍어 유포한다”고 오마이뉴스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언뜻 고 구하라씨 사건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아무튼 운영자는 “과연 피해자 보호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죄자 인권 챙기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이건 사법부와 우리 사회가 같이 만들어낸 상황 아닐까”라고 역시 스스로에게 묻듯 말했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언급했는데, 결국은 솜방망이 처벌, 아예 처벌을 피해가는 현실, 이로 인한 사법 불신이 디지털 교도소를 만들었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손정우 송환 불허 결정 등을 언급하며 “사법부의 말도 안 되는 판결과 핑계를 보면서 사람들이 좌절감을 맛본 것 같다. 지금의 호응도 어느 정도는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 운영자의 말입니다. 

▲앵커= 역시 앞서 리포트에서 언급했는데, 취지를 떠나 명예훼손 여지가 상당한데, 딜레마입니다. 이 사이트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명예훼손 여지가 있습니다. 더구나 고 최숙현 선수에게 위해를 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확정판결 받은 범죄자만 올리는 게 아니고 기소 전이거나 재판 중인 사람도 있습니다.  

재판 확정판결도 오류 가능성이 있어 재심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것은 회의를 한다고 하지만 일개 민간인인 사이트 운영자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과 신상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전권을 쥐고 본인 표현대로 ‘사회적 심판’을 행하고 있는 건데요.

이게 과연 타당하냐, 일종의 사적인 처벌을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취지가 어떻다 한들 그걸 용인해야 하냐, 이런 문제제기가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법성이 있다 해도 이 디지털 교도소가 생긴 취지, 이에 대한 열광이라는 현상과 그 원인이 묵과되어선 안 되고, 성범죄에 대한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어떤 계기와 원동력으로 삼고 승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위원의 말을 들어 보시죠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그러니까 단순히 뭐 그런 어떤 목적의 정당성은 굉장히 타당한데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현행법에 의해서 저촉돼서 더 이상 이런 시민운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떤 시민운동의 단계를 한 단계 더 높여서...”

▲앵커= 한 단계 더 높이는 거, 뭐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기자= 일단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가 명예훼손이냐 아니냐, 즉 ‘나무’만 볼 게 아니라 앞서 말했지만 왜 이런 사이트가 생겼는지, 왜 거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그 근본 원인 즉 사법 불신이라는 현상과 원인을 어떻게 해소할지 차원의 큰 틀, 숲을 보고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를, 그게 꼭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플랫폼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방안도 한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승재현 연구위원의 말을 계속 들어 보시죠.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 디지털 교도소도 한 사람의 어떤 신원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서 이런 어떤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여기에 이야기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연대를 해주고 공감을 해주고 같이 그 범죄에 대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어 갈 수 있는, 의견이 모아질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사실 그런 게 아무 것도 없거든요. 지금. 그래서 그런 쪽에 어떤 시민사회의 좀 성숙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경찰이 현재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인데, 이와 관련 운영자는 “처음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건 감안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내가 잡혀도 계속 디지털 교도소를 운영할 분들이 있다”고 말해 사이트를 폐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요. 

단순 논란이나 가십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법 불신 해소를 위한 근원적이고도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어찌됐든 긍정의 의미에서든 부정의 의미에서든, 대한민국은 참 '역동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