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11년 경찰차벽 '위헌' 결정... "추상적 공익으로 통행 제지 안돼"
8·15비대위 "서울을 세계의 코미디로 만들어"... 한글날 2천명 집회신고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이 지난 3일 버스 300대로 '차벽'을 만들어 광장 출입을 원천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이 지난 3일 버스 300대로 '차벽'을 만들어 광장 출입을 원천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경찰이 개천절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차벽'을 두고 위헌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개천절 도심 집회를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차단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 주위에 경찰버스 300여대를 세워 출입을 원천 통제했다. 한강 교량 길목에도 차량검문소 90곳을 설치해 시위대의 도심 진입을 막았다. 이를 위해 동원된 경찰만 1만명에 이른다. 그 중 도심 집회 차단선에서 근무한 경찰 1천여명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이 개천절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차벽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당시 설치됐던 차벽이 ‘명박산성’이라고 비아냥을 받은 데 빗대, '재인산성' '문리장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5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의 이같은 차벽 설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2011년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서울광장의 통행을 제지한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경찰이 2009년 6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세워 봉쇄한 사건에 대한 헌재 판단이다.

헌재는 당시 "통행 제지 행위는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이러한 공익의 존재 여부는 추상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위헌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후 경찰개혁위원회도 지난 2017년 "차벽은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행위를 제지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에도 차벽은 여러 차례 설치됐다.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이 일어난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도 차벽이 설치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차벽이 세워졌다.

차벽 논란은 한글날 집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개천절 집회를 추진했던 8·15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9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총 2천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최인식 8·15비대위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폭압에 맞서는 것은 그나마 집회·결사의 자유를 통해서일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에서 다시 한글날 집회 신고를 한다"며 집회 장소에서는 의자 1천개씩을 깔고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등 방역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개천절 광화문 경찰버스 차벽은 세계적인 수도 서울을 세계의 코미디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길 가는 사람을 막는가하면 소지품 검사를 하는 등 곳곳에서 인권 침해의 사례가 있었다"며 "집회는 금지하면서 관광지 등에 밀집하는 사람들은 막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나고, 코로나19를 이유로 헌법상의 기본권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한글날 집회에 대해서도 "개천절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8·15비대위 등의 한글날 집회 신고에 대해 "불법 집회가 열리지 않고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원천 봉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천절 집회에 대한 경찰의 조치가 너무 과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금지 통고된 집회 또는 미신고 집회가 버젓이 개최되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경찰 차벽이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찰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특정한 요건을 갖추면 차벽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판례 역시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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