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박성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박성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2019년 3월 개봉한 영화 ‘돈’에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은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사냥개’로 불리며 넘치는 정의감으로 증권가의 금융범죄를 뒤쫓습니다. 그러나 한지철은 금감원 직원으로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종종 금융범죄 ‘조사’의 한계에 부딪칩니다. 이는 작전을 통한 금융범죄로 돈의 쾌락을 쫓던 증권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이 한지철에게 했던 다음과 같은 대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영장 있어요? 영장 없죠, 거기 감독만 하는 데니깐 영장 없잖아요.”

금감원 직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검기관에 자료 제출 요구, 시정명령, 직원 징계, 영업정지 등의 권한만 있을 뿐 압수, 수색, 체포 등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금감원 직원은 금융범죄에 대한 막강한 정보력을 갖고 있음에도 금융범죄 수사 일선에는 나서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한지철과 같이 정의감 넘치는 금감원 직원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법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사법경찰직무법에 근거한 이른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입니다. 위 법률 제7조의 3 규정에 의하면,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추천에 의하여 그 근무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한 금감원 직원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영화 ‘돈’의 흥행 덕분인지 금감원은 지난 2019년 7월 18일 금융위원회 공무원 1명과 금감원 직원 15명으로 구성된 금감원 특사경 활동을 처음으로 개시하였습니다. 다만, 증권선물위원장이 긴급한 사건이라고 보고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넘긴 사건만을 수사 대상으로 하였고, 업무 전반을 검찰 지휘를 받아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지난 1년간 금감원 특사경의 활동에 대해서는, 인프라와 수사 경험 등을 축적해 안착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도 있으나 야심차게 출범한 것에 비해 실적이 부실하다는 평가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 금감원의 특사경이 출범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특사경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 보입니다.

그러나 금감원 특사경의 수사 실적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강제수사의 적법절차 원칙 준수라 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 내부에 변호사 등 많은 법률전문가가 있고 또 이들이 특사경에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나, 민간기관에 속해 있는 특사경의 특성상 다른 수사기관에 비해 적법절차 원칙에 대한 감시나 견제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 당장은 금감원 특사경의 인원이나 수사 범위가 매우 제한된 수준이지만, 앞으로 그 인원과 수사 범위가 확장된다면 특사경은 기존 금감원이 가지고 있는 정보력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수사기관으로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특사경이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으로서 권력 남용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돈’의 금감원 직원 한지철이 진짜 경찰이 되어 통쾌하게 금융거래 정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축하해줄 일이지만, 조일현이 한지철에게 영장을 가져오라고 외쳤던 위 대사 속 경고 또한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