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표절 업체에 법적 책임 묻기 어려울 듯... 요리 레시피 공개, 신중 기해야"

[법률방송뉴스] ‘덮죽’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덮밥처럼 만든 죽'이라고 해서 덮죽이 한다는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덮죽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덮죽 베끼기, 레시피 표절 논란 때문인데요.

오늘(12일) ‘LAW 투데이’는 음식 레시피 지적재산권과 상표권 얘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덮죽 베끼기 논란과 법적인 쟁점에 대해 신새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늘 주요 포털사이트 1위에 머물며 종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단어, 바로 ‘덮죽덮죽‘ 입니다.

덮죽덮죽은 프랜차이즈 죽집 이름인데 해당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족발의 달인’, ‘더바디랩’ 등도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습니다.

대형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도 아닌 어떻게 보면 생소한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가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사건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SBS 인기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경북 포항의 한 죽집이 죽을 여러 덮밥 형태로 만드는 이른바 ‘덮죽’ 메뉴를 선보이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백종원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지난 7월 21일 방영)]

“와 이거 넙죽넙죽 먹겠는데?"

그런데 지난 5일 ‘덮죽덮죽’이라는 상표를 내건 프랜차이즈 업체가 “신개념 메뉴인 덮죽을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론칭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지난 여름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항 꿈틀로편에서 선보인 덮죽을 외식업 전문 연구진이 참여한 자체 메뉴로 개발했다”는 것이 보도자료 내용입니다.

이 업체는 그러면서 배달앱 등에 ‘골목식당 메가히트 메뉴 덮죽’, ‘방송에 소개된 덮죽을 이제 집에서 배달로 즐겨보세요’라는 광고도 함께 올립니다.

보도자료나 광고 문구, 레시피만 보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포항 덮죽집처럼 보이지만 실상 이 업체는 포항 덮죽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업체입니다.

이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레시피 표절, 메뉴 베끼기 논란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해당 업체가 이미 5곳과 ‘덮죽덮죽’ 가맹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4일엔 특허청에 '덮죽덮죽'이라는 이름으로 상표권까지 출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시청자들의 제보로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포항 덮죽집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덮죽을 빼앗아 가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을 올렸습니다.

“저는 다른 지역에 덮죽집을 오픈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과 그외 지역의 어떤 업체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제발”이라는 것이 덮죽집 사장의 호소입니다.

덮죽집 사장은 그러면서 “수개월의 제 고민이, 수개월의 제 노력이, 백종원 선생님의 칭찬이 골목식당에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애타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에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에 비판과 비난이 쇄도하고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자 이상준 덮죽덮죽 대표는 오늘 사과문을 올리며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개월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덮죽을 개발한 포항의 덮죽 대표님께 너무 큰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제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덮죽덮죽' 브랜드는 금일부로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것이 사과문 내용입니다.

덮죽덮죽 오프라인 매장들은 현재 굳게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 레시피 표절 논란을 받고 있고, “잘못했다”고 사과까지 했지만 하지만 덮죽덮죽 대표에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음식 레시피 자체는 보통 완성된 ‘창작물’이 아닌 일종의 ‘아이디어’로 간주해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한경 변호사 /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리 레시피의 경우에는 저작권법에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보기가 좀 어렵고 상표법은 등록된 상표여야지 원칙으로 보호를 받는데 포항 덮죽집 사장님의 경우에는 상표권을 받은 것도 아닌 상황으로 보여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금하고 있는 행위나 사기죄 등도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습니다.

[고한경 변호사 /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포항 덮죽집 사장님 레시피가 어떤 ‘영업비밀’로 보호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고, 그 외에도 배임죄나 사기죄 같은 경우에도 어떤 거래관계나 계약관계가 있어서 그것을 거짓말을 해서 레시피를 훔쳐냈다거나 아니면 받은 다음에 이것을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어렵습니다.

[김덕 변호사 / 법률사무소 중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려면 상대방이 어떤 위법행위를 해서 그로 말미암아 내가 손해를 입어야 하는데요. 이 사건의 경우에는 상도덕에 반하는 행위는 분명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위법한 행위다’ 라고 평가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이 때문에 요식업계에선 뭐가 하나 이른바 히트했다 하면 너도 나도 레시피 표절, 메뉴 베끼기가 만연하고 있지만 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김덕 변호사 / 법률사무소 중현]

“조리법이라는 건요. 완성된 창작물이라기보다는 그 전 단계인 ‘아이디어’, ‘생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고요. 과거 사례에서 ‘대만 카스테라’나 ‘버블티’와 같이 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서로 베끼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이에 법조계에선 영세 사업자나 중소업체의 경우 레시피나 비법 공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고한경 변호사 /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사업전략을 공개로 가져갈 것이면 그만큼 빠르게 업계에서 나의 상품이나 아이디어가 자리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이고요. 공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면 이것을 영업비밀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지적재산 전문인 고 변호사는 또 “특별한 신규성이나 독창성 등이 인정될 경우 음식 레시피도 특허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레시피나 조리법 메뉴를 상징하는 상호나 상품을 특허법상 보호를 받는 상표로 등록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일찍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아울러 조언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