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인 피의자가 수사과정에 원로 법조인 아버지 대동한 사건도 경험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 독자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2’를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만큼 완성도와 주제의식 등을 둘러싸고 논란 역시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마침 제가 본 것은 전편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전개가 이루어진 제14화였습니다.

해당 화에서는 검사와 경찰관을 대면한 채로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에 관하여 수사를 받고 있던 피의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등장해서는, 언성을 높이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피의자의 아버지인 동시에 변호인의 지위에 있음을 주장하면서 수사 과정에 동석한 그 아버지는, 경찰관의 말을 끊으며 질문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하거나 아들인 피의자 대신 대답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담당 검사에게 “(사법연수원) 몇 기냐”는 낯뜨거운 질문을 하기도 하고, 피의자의 아버지이자 변호인이며 검찰 선배인 자신이 옆에 있는데도 이런 식이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애꿎은 사람을 죄인 취급했겠냐는 식의 무례한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법조인의 친인척이 피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피의자의 아버지가 검사 출신 변호사이면 수사 과정에서 정말 저런 광경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인지, 시청하시면서 궁금하게 생각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 다른 사건도 아니고 살인 및 사체유기라는 중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제로 극중에서와 같이 막가파식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괜히 수사기관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불리한 심증을 심어주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사건 중에는 상간녀를 폭행한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었던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원로 법조인인 아버지를 대동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그 피의자 역시 현직 변호사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반대로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 동석한 변호인의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한 번은 검찰 수사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피의자의 옆이 아니라 뒤에 가서 앉으라고 요구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해당 변호사는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할 것인데,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는다고 하여 피의자 뒤에 앉는 경우보다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으며, 후방착석 요구 행위로 인하여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제시한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후방착석 요구 행위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이는 형사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효율적인 수사의 요청과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자의 인권 보호라는 때로 상충하는 두 가지 가치 사이의 균형이 문제되는 지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의자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모든 국민은 실질적이고 평등하게 위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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