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성착취물 판매... 교화 가능성 고려할 필요"

[법률방송뉴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유포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대량 수집한 뒤 등급을 나눠 입장료를 받고 판매한 10대들이 1심에서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어른들이 퍼뜨린 그릇된 성인식이 피고인들 행동에 큰 해악”이 됐다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성인식을 지적하며 이같이 선고했는데요. 이 소식은 유재광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춘천지법 형사2부 진원두 부장판사는 오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16살 정모군에게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16살 제모군은 징역 장기 2년 6개월·단기 2년이, 역시 16살인 고모군과 노모군에겐 장기 1년 6개월에 단기 1년의 징역형이 각각 선고됐습니다.

범행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16살 조모군은 형사처벌 대신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해 보호처분을 받게 했습니다.

중학교 동창인 정군 등은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의 원조격인 닉네임 ‘갓갓’ 24살 문형욱의 n번방 등에서 각자 역할을 나눠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대량으로 수집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수집한 성 착취물을 별도의 대화방을 만든 뒤 성 착취 영상물의 수에 따라 '일반방, 고액방, 최상위방' 등으로 등급을 나눠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판매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6개월간 정군 등이 판매한 성 착취 영상물은 1만 5천여 개, 금액으로는 3천 5백만원이 넘습니다.

각자 적게는 100여 차례, 많게는 1천여 차례에 걸쳐 돈을 받고 성 착취물을 팔았습니다.

문형욱이나 조주빈의 성 착취물 판매 방식을 보고 이를 모방해 10대 중반의 나이에 텔레그램 성 착취물 유통방을 운영하며 돈을 받은 겁니다.

재판장인 춘천지법 형사2부 진원두 부장판사는 이에 “피고인들이 판매한 음란물 중 아직 성적 자기 결정권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나 영상이 다수 포함돼 있고, 피해자들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고 질타하며 정군 등에게 징역형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성 착취물 판매 행위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삼는 잘못된 성인식을 확대·재생산하는 등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한 범죄"라는 것이 재판부의 질타입니다.

재판부는 “디지털매체 특성상 음란물이 한번 판매된 이후에는 완전한 삭제가 어렵고, 추가 유포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는 점과 그런데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다수 음란물을 판매했다”고 징역형 실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이 이르게 된 데에는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수의 어른이 만들고 퍼뜨려놓은 그릇된 성인식이 아직 중학생으로서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피고인들의 행동에 큰 해악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진 부장판사의 지적입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성인식이 정군 등의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입니다.

진 부장판사는 이에 “소년인 피고인들이 져야 할 죄책의 크기와 교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습니다.

소년법은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에 출소할 수도 있습니다. 

법률방송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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