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부실 교육 우려" vs 변호사 "온라인으로도 충분"... 특허청은 진퇴양난
변호사들, 특허청 상대 '변리사 집합교육 중단 금지' 가처분 소송 냈다가 취하

[법률방송뉴스] 오늘(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특허청의 변리사 자격 취득 온라인 강의가 변호사와 변리사 업계의 이른바 '직역갈등' 때문에 불협화음을 빚고 있습니다.

변호사와 변리사, 세무사 등 유사 직역간의 갈등과 힘겨루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이번엔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했습니다.

변호사들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채무자로 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건데, 오늘 'LAW 투데이'는 변호사-변리사 업계 직역갈등 얘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가처분 소송이 제기된 건지 배경과 취지를 왕성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현직 변호사들이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을 상대로 낸 ‘집합교육 중단금지 가처분 신청서’입니다.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이어서 국가소송의 법률상 대표자인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채무자’로 되어있습니다.

신청 취지는 특허청의 '2020 하반기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교육' 실시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반하면 특허청이 집합교육 중단에 대해 일정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입니다.

가처분 신청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교육을 주관하는 특허청 산하 국제지식재산연수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입니다.

“2020 하반기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교육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 교육운영 방법 및 절차에 대한 민원이 발생해 법적 검토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집합교육을 잠정 연기한다”는 내용입니다.

국제지식재산연수원은 그러면서 "교육 강행 시 발생할 수 있는 교육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을 잠정 연기하게 되었다”며 교육생들의 양해와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연수원이 언급하고 있는 '교육생'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현직 변호사들로, 온라인교육 일부의 오프라인 전환을 염두에 둔 교육 잠정연기 결정에 불복해 가처분을 신청한 겁니다.

[김정욱 변호사 / 직역수호변호사단 상임대표] 
"그 부분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합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고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나 딱히 차등을 둘 이유가 전혀 없는데 오프라인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특허청 연수원은 예정대로 온라인 집합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2일 밝혔고, 법원이 교육 하루 전까지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서 ‘직역수호변호사단’은 어제 오후 늦게 일단 가처분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변리사 실무수습 온라인 집합교육은 일단 예정대로 진행이 됐지만 여진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이 추가 본안소송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욱 변호사 / 직역수호변호사단 상임대표] 
"우선은 지금 3일 연속 세자리수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수백명이 집체교육을 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필요하다고 하면 행정소송으로... "

올해 변리사 실무수습 집합교육이 이처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건 코로나19 사태와 무관치 않습니다.

일단 변호사들이 변리사 등록을 하려면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250시간의 집합교육을 받고 6개월간 현장연수를 마쳐야 합니다.

종전엔 변호사의 경우 별다른 교육 없이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 변리사로 등록할 수 있었지만 변리사법이 개정돼 2017년도부터 250시간 집합교육이 의무화됐습니다.

6개월 현장연수 같은 경우엔 특허법률사무소 같은 데서 근무하면 되는데 문제는 250시간 집합교육입니다.

대전에 위치한 특허청 연수원에 직접 가서 집합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해당 기간 현업을 중단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로 특허청 연수원이 하반기 변리사 집합교육 250시간을 전부 실시간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변호사들의 수강 신청이 대거 몰린 겁니다.

실제 매년 40~50명 안팎이었던 변리사 집합교육 신청 변호사가 올해는 236명으로 5배가량 급증했습니다.

이에 변호사의 변리사 등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대한변리사회에서 온라인 수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겁니다.

“변호사들이 변리사 시험도 치르지 않고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 자체가 특혜인데 연수마저 허술하게 받으면 내실있는 변리 업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변리사회의 지적입니다.

[신지연 공보이사 / 대한변리사회]

"사실 원래 기존에 연수원에서 진행되던 내용대로 한다 하더라도 이 과정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데, 일반적인 소송서류를 작성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실제 대면형 토론형 수업을 통해서 본인이 실무서류를 작성하는 것을 배워야만 직접 내용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변리사회의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특허청 관리원이 일부 온라인 수업을 오프라인 대면수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고,

[황예원 사무관 /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 
"오프라인 교육은 교육의 충실성 부분 때문에 넣게 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서 좀 그런 부분 때문에 실시간 온라인도 병행하게 됐거든요."

애초 전부 온라인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가 일부 수업이 대면 직접수업으로 전환된데 반발해 변호사단체가 “원래대로 하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겁니다. 

대학 수업이나 로스쿨 교육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변리사 실무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변호사단체의 반박입니다.

[조인선 변호사 /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 
"만약에 ‘올해 1학기에 이뤄졌던 많은 온라인 교육 자체가 집합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강을 한 것이 아니다 라고 했을 때 얼마나 큰 이변이 생길지 생각해 본다면 이미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많은 교육 내용이나 회의들이 정당성을 잃게 되는..."

변호사단체와 변리사협회의 주장과 공방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교육을 주관하는 특허청 국제지식연수원 관계자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일부 오프라인 수업을 다시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특허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고 지금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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