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실행 방치... 국민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

[법률방송뉴스] 중학교 2학년 학생들 2명이 "우리나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바로 이틀 전 일인데요.

어떻게 보면 맹랑하고 당돌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중학교 학생들은 왜, 어떻게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게 된 걸까요. 이 학생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뭔지, 학생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받아 봤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중학교 2학년인 김모양 등 2명이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입니다.

중학생들은 아직 미성년자여서 청구인이 법정대리인 친권자로 돼 있습니다.

청구대상은 2019년 12월 31일 대통령령으로 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25조 1항입니다.

해당 조항 내용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1천분의 244만큼 감축하는 것으로 한다"입니다.

일단 시행령에서 정한 감축 목표 자체가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 IPCC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김양 등의 지적입니다.

여기에 단기감축 목표도 없고 2030년 감축목표를 어떻게 달성한다는 것인지 구체적 방법도 없다고 김양 등은 지적합니다.

이는 결국 미래세대인 자신들의 환경권과 건강권, 생명권 등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것이 김양 등의 주장입니다.

그 근거로 김양 등은 해당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여러 수치와 통계 등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2010년 처음 CO2 감축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해 목표의 2.3%를 초과하였고 2012년엔 4.5%, 2014년엔 4.9%, 2016년엔 11.5%을 각각 초과했습니다.

이미 제시한 감축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그 폭이 해마다 커지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2030년엔 2017년 기준 약 1/4가량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2018년엔 2017년 대비 감소는커녕 오히려 2.5% 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9년 12월 31일 개정된 시행령은 2020년 감축 목표를 아예 규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한 김양 등은 청구서에서 "이는 우리 정부가 사실상 기후변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이는 국가의 '과소보호금지 의무' 등 위반으로 해당 시행령은 위헌이라는 것이 청구서 내용인데, 청구서를 본 로스쿨 교수는 김양 등이 대견하면서도 타당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박시원 교수 /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환경법센터장]
"정부가 스스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누군가는 문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기성세대들이 눈 가리고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최고 사법 심판 재판소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라고..."

청구서엔 김양 등이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도 자세히 쓰여 있습니다.

청구서에 따르면 김양 등은 학교에서 자율동아리 활동 주제로 환경문제를 논의하다 '지구온난화'와 '환경 난민' 같은 문제들을 포함한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김양 등은 이에 각자 쓰레기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안 하기 등 개인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큰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이 절실함에도 현재 우리나라 법령은 그 대응책으로 상당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들의 환경권과 건강권 등을 지키기 위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게 됐다는 겁니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 쑥스럽고 부담된다는 김양은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자율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지구온난화' '환경 난민'과 같은 사례를 공부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지 고민했고,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께 조언을 구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는 것이 김양의 말입니다.

'기후변화 솔루션'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김지은 변호사는 이와 관련 지금처럼 지구 기온이 계속 오른다면 미래에 환경권과 건강권, 생명권이 침해당한다는 김양 등의 주장은 단순한 과장이나 허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김지은 변호사 /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1.5℃만 올라도 산호초의 99%가 절멸하고 그리고 1℃와 2℃ 사이에 일명 '티핑 포인트'(상황이 극적으로 돌변하는 시점)라고 하는 기후시스템이 우리가 알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전혀 다른 단계로 갈 수 있는 위험을 2040년이면 청소년들이 한참 사회생활 열심히 할 나이인데 그때 굉장히 무서운 기후변화 위험이 닥친다는 것이니까 이분들에게는 굉장한 생존의 위험이거든요."

김지은 변호사는 그러면서 청구서 내용처럼 우리 정부의 감축 목표는 지나치게 느슨하고 소극적이라며 우리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김지은 변호사 /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전 세계에서도 이 1.5℃를 사수하기 위해서 여러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국가가 당연히 파리협정에 의해서 그리고 국내법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총배출량 전 세계 11위, OECD 국가 가운데서도 5번째로 많은 만만치 않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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