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소개 플랫폼' 급성장... 변호사들 기대와 우려 교차
"필요성은 공감... 민간에 맡겨두면 안돼, 변협이 직접 해야"

▲유재광 앵커= 법률 플랫폼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왕성민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게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몇 년 되는데 최근에 크게 주목을 받는 이슈가 된 이유나 계기 같은 게 있나요.   

▲왕성민 기자= 두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변호사 소개 등 법률 플랫폼 서비스가 시작된 지는 꽤 되지만 최근 들어 급성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로톡'이 대표적인데요. 법원이나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교대역이나 양재역을 가보면 로톡 광고로 역이 도배되다시피 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건데요. 그러다보니 변호사들이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 같은 광고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고, 광고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업계 전체로는 이러다 플랫폼에 변호사들이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는 겁니다.    

언론시장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데요. 언론사들이 네이버나 다음에 처음 기사를 제공했을 때는 거의 선심 쓰듯 줬는데, 지금은 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지 오래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변호사들도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건데요. 

관련해서 일본의 경우 전체 변호사의 40%에 육박하는 1만 6천여명의 회원을 보유 ‘벤고시닷컴’이라는 플랫폼이 법률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상태입니다. 변호사단체나 업계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닌 겁니다.

▲앵커= 두 요인이라고 했는데 다른 하나는 뭔가요.

▲기자= 두 번째 요인은 대한변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뽑는 단체장 선거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법률 플랫폼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률 플랫폼에 광고를 하면 하고 있는 대로, 안하면 안 하는 대로 어떤 식으로든 변호사들의 불안감과 불만, 우려가 혼재돼 있는 게 현실인데요.

그러다보니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앞다퉈 법률 플랫폼 문제를 이슈화 하며 회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건데요. 당장 오늘 심포지엄을 주최한 ‘법조 정상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변협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이종엽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해당 캠프가 이른바 이슈 선점 효과를 노렸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뜨거운 이슈입니다.    

▲앵커= 법률 플랫폼 관련해서 각 후보들의 입장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현재까지 제51대 대한변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종흔, 조현욱, 이종엽 세 후보자 모두 사설 법률 플랫폼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이종엽 후보자의 경우 ‘직역수호변호사단’ 이름으로 로톡과 네이버 엑스퍼트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직접 고발한 상태입니다. 좌시할 수 없다는 건데요. 

박종흔 후보자와 조현욱 후보자도 변호사 소개 플랫폼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이를 영리기업의 손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대한변협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한변협 주도로 일종의 공공 법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건데, 변협이 직접 나설 경우 일단 변호사법 위반 논란을 크게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리 목적이 아닌 회원들을 상대로 한 공공 플랫폼이니만큼 광고료 인하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후보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예전 제49대 변협 집행부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지 않았었나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지난 2017년 5월 12일 대한변협은 ‘변호사중개센터’를 야심차게 개소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개센터를 통한 수임건수가 2017년 9건, 2018년에는 고작 7건밖에 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실패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있는데 일단 청년변호사 위주로 가입 돼 변호사 소개 풀에 한계가 있었고, 변호사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무료로 운영되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별 성과를 못 보고 폐쇄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 51대 변협회장 후보자들이 당선되고 나면 그때와는 좀 다를까요, 어떨까요. 

일단 대한변협회장 출마자들은 과거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변협 예산을 적극 투자해 제대로 된 광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은 플랫폼 구축을 위해 카카오와 접촉하는 등 후보자 캠프별로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한 번 실패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로톡 등 사설 법률 플랫폼의 성장 요소를 꼼꼼히 분석한다면 공공 플랫폼이 안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변협 안팎에서 나오고도 있습니다. 관련해서 과거 변협 중개센터 운영에 관여했던 한 중진 변호사는 변협 주도의 공공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할 경우 사설 플랫폼이 지금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요.

유사한 사례로 자전거 공유 공공 플랫폼 ‘따릉이’를 들 수 있습니다. 원래 공유자전거 플랫폼의 선두주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민간 기업 ‘오바이크’였는데 서울시 등 지자체가 ‘따릉이’ 같은 공공 플랫폼을 출범시키자 민간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습니다.

차기 변협회장 후보들이 모두 공공 법률 플랫폼 설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제 안착으로 이어질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법률 플랫폼 시장을 두고 기존 민간 업체와 변협 사이 한바탕 혈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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