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현직 검찰총장 징계... 징계 무효소송, 효력정지 가처분 제기할 듯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 법률방송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4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17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4일 '재판부 사찰' 의혹 등 6가지 사유로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지 21일 만이다.

검사징계법상 감봉 이상의 징계는 법무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 이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의 최종 결정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는 의결을 마치고 나오면서 "증거에 입각해서 6가지 혐의 중 4가지를 인정하고 양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임부터 정직 6개월, 정직 4개월 등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의결정족수인) 과반수가 될 때까지 계속 토론하다가 과반수가 되는 순간 피청구인(윤 총장)에게 유리한 양정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린다"면서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청사를 떠나며 "위원회가 여러 측면,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걸 생각하고 결론내렸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징계위가 인정한 윤 총장의 혐의는 재판부 사찰 의혹과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이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미애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정권 차원의 '윤 총장 찍어내기'를 위한 무리한 시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끝내 징계가 현실화됐다. 

윤 총장 측은 "징계 절차 자체가 위법하고 부당해서 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이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에 불복해 징계무효 소송과 함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로 '좌천' ... 문재인 정부서 중용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윤 총장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같은 곡절을 겪었다. 

윤 총장은 대검 중수부 1, 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그간 검찰 내에서 수사력과 지휘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며 시련을 겪었다. 그는 정상적인 보고와 절차를 밟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관련 수사에서도 배제됐다. 

이에 윤 총장은 2013년 10월 21일 열린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과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하면서, 직속 상관이었던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나는 검찰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으로 좌천돼 한직(閑職)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6년 12월 '국정농단'사건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해 활약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했다. 사법연수원 23기 중에서는 첫 검사장 승진이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수사 당시 윤 총장이 깊은 인상을 남긴 점이 주효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파격 인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년 뒤인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전임자인 문무일(58·사법연수원 18기) 전 총장보다 무려 다섯 기수나 아래였다. 
 
검찰총장 지명 발표에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고 극찬했다.
 
문 대통령도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해 국민들의 희망을 받으셨다"며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원전 수사 등 놓고 정권과 충돌     

문재인 정부와 윤 총장의 밀월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인 윤 총장은 2개월 뒤 취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 방안,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등을 놓고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의 서울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윤 총장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의 여론이 급속하게 냉각됐다. 

윤 총장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적극 추진한 점도 정권의 눈밖에 난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백원우 전 대통령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등 13명을 올 1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해당 기소는 윤 총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 등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첩보 작성과 경찰 수사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수사에 이르러 윤 총장과 정권과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방침을 언급했다. 이듬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원전의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지난 10월 감사원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야당인 국민의힘은 원전의 조기 폐쇄와 평가성 조작에 정권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검은 지난달 5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산업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는데,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윤 총장의 측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어서 결국 수사 지휘의 공이 윤 총장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원전 관련 수사가 점점 '윗선'을 겨냥하자,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관련 수사가 '정치 수사', '표적 수사'에 해당한다며 윤 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윤 총장은 이렇게 다시 '눈엣가시'가 됐다.   

■ 추미애 등판...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징계 청구 

지난 1월 3일 새로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불과 닷새 뒤 대검 검사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대거 좌천시켰다. 

당시 조 전 장관 가족비리 수사를 지휘해 온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이 부산고검 차장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하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또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전격 기용해 윤 총장에 대한 견제 카드로 삼았다. 

이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진정사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총장에 대한 감찰조사 등의 사건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매번 충돌을 빚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갔지만 추 장관 취임 이후 두 번에 걸친 검찰 인사를 통해 손발을 잃은 윤 총장은 점차 고립됐고, 급기야 '식물총장'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결국 지난달 24일 추 장관은 서울고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의 사유로 윤 총장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징계를 청구했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청구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윤 총장도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즉각 법원에 직무정지 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을 신청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검찰 조직도 들끓었다. 평검사에서부터 고검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검사들이 추 장관에게 총장 직무배제를 재고해달라는 성명서를 냈다. 검란(檢亂)이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평검사의 98%가 추 장관을 상대로 한 성명에 동참해 윤 총장 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결국 윤 총장은 업무정지 명령이 나온지 불과 일주일만에 법원에서 직무배제 효력정치 처분 인용 결정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법무부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쟁송(爭訟)과는 별도로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4일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셈이다. 법조계 시선은 이번에는 징계위로 쏠렸다.  

징계 청구인인 추 장관은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친여 성향의 정한중(59·24기)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를 임명했다. 청와대도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을 대신할 후속 인선을 서둘렀다. 문 대통령은 판사 출신으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이용구(56·23기) 법무부 차관을 이틀 만에 '원포인트 인사'로 임명했다.

이밖에 심재철(51·27기) 법무부 검찰국장,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등도 징계위원에 임명됐다. 윤 총장 측은 정 교수와 이 차관, 심 국장,  안 교수 등 4명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징계위에 기피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기피대상이 된 징계위원들이 '셀프 기각'을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10일 개최된 첫 징계위에서는 스스로 회피를 신청한 심 국장을 제외하고 4명의 위원이 참석했는데, 10시간이 넘도록 격론을 벌였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윤 총장 측은 위원회 구성과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어 10일 징계위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15일 열린 2차 심의에서도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행과 안 교수, 이 법무차관과 신 부장 등 4명의 징계위원들이 그대로 참석했다.

징계위는 이날 오전 손준성(46·29기)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박영진(46·31기) 울산지검 부장검사, 류혁(52·26기) 법무부 감찰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 한동수(54·24기) 대검 감찰부장에 대한 증인심문을 차례대로 마쳤다. 함께 증인으로 채택됐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증인으로 채택됐던 심재철 검찰국장은 자신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증인심문이 끝난 뒤 윤 총장 측은 최종의견 진술 준비를 위해 추가기일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 차원에서 최종 의견 진술 기회를 포기하고 회의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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