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재계 요구 대폭 수용... 있으나 마나 한 법"
경총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과도한 의무 부과"

▲유재광 앵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습니다. ‘이슈 플러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7일) 법안소위 통과한 법안 내용부터 볼까요.

▲기자= 내년부터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가 미흡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는데요. 여러 명이 크게 다친 산업재해의 경우 경영 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각각 처해지게 됩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 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 책임자와 법인이 동일한 수위로 처벌받습니다. 중대시민재해의 처벌 대상에서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바닥 면적이 1천㎡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등이 제외됩니다. 학교시설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도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앵커= 뭐가 빠진 게 많네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어떻게 정리가 됐나요.

▲기자= 제정안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기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는데요. 반면 애초 발의안에 있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나 공무원 처벌 특례규정 등은 논의 과정에서 없애기로 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공포되고 1년 후 시행하게 되는데,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더 줘서 공포일로부터 3년 후에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온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대재해법 처리는 지난달 11일 정의당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27일 만입니다. 정의당은 애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전국 사업체 중 5인 미만이 79.8%, 50인 미만이 98.8%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알맹이 없는 중대재해법'이 됐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의 정의 규정과 관련해서도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담당 이사 등 하급자 또는 하도급 관계 등으로 책임을 돌릴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도 원청업체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며 "공기 단축을 요구하고 사업에 실질적인 관여를 한다면 도급의 형태에 포섭돼 중대재해법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총은 경총대로 “과하다”며 법안 재심사를 촉구하고 있고,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며 재심사를 촉구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경총은 뭐라면서 과하다고 하는 건가요.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해 경영계가 요청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법안을 의결했다"며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기업들을 공포감에 떨게 하고 있다. 헌법, 그리고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는 법안“이라는 것이 경총의 비판인 겁니다. 경총은 이에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 상정 등 추가 입법 절차를 중단하고 경영계 입장을 반영한 합헌적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중대산업재해 정의 수정, 경영책임자에 대한 징역형 하한 규정 삭제, 경영 책임자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 규정 마련, 법인에 대한 벌금 수준 하향 등이 경총의 요구사항입니다.

▲앵커= 노동계는 어디가 어떻게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거죠.

▲기자=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법안 재논의를 촉구하고 있는데요.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원안보다 후퇴한 결과만 들려온다"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재논의 절차에 들어가라"고 나서고 있는 겁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기로 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재해 사망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해 고용, 임금, 복지 등 모든 노동 조건에서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죽음마저도 차별을 당할 처지에 내몰렸다"는 게 민주노총의 반박입니다.

여야가 경영 책임자의 벌금형 하한선을 없애는 등 처벌 강도를 낮추고 건설공사 발주자와 사업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 처벌 조항 등을 삭제한 데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숭숭 구멍을 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에 "재계의 요구만 대폭 수용하며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이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있으나 마나"라며 법안 재심사를 거듭 촉구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법안이 재논의되거나 심사될 여지가 있나요.

▲기자=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일단 물리적으로 민주당이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여야가 법안을 재심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관련해서 법안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국민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 여러 가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백 의원은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하지 못한 경영 책임자 처벌을 명문화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오늘 법안소위에서 가결된 법안으로 처리할 것임을 시사한 셈입니다.

▲앵커= 일단 첫발은 뗐는데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으면 차차 보완해 나가야 하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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