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3일 승소한 박준영(오른쪽) 변호사와 황상만 형사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률방송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3일 승소한 박준영(오른쪽) 변호사와 황상만 형사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16억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3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으로 수감됐던 최모씨와 가족이 국가와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검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와 피고들은 최씨와 가족에게 1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영장 없이 여관에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폭행하고 범인으로 몰아 자백 진술을 받아냈다"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 수사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도 이 사건 진범의 자백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다른 증거들과도 부합해 구속 수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수사지휘를 반복했다"며 "경찰이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지휘해 사건의 진상이 장기간 은폐되게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불법행위가 국가기관과 그 구성원들에 의해 다시 저질러져서는 안된다"며 "피고들은 최씨에게 13억원, 모친과 동생에게 각각 2억 5천만원과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전체 배상금 중 20%는 최씨를 강압 수사했던 경찰관 이모씨와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최씨가 이날 판결로 받게 될 손해배상금은 재심 무죄 판결로 2017년 받은 형사보상금 8억 4천만원과는 별개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버스정류장 앞길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다방 배달원으로 일하던 15세 소년이던 최씨는 경찰의 가혹행위와 불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2003년 범인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범 김모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석방된 김씨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했고, 검찰은 2006년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최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됐으며 상고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10년을 복역한 후 지난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최씨는 이후 재심 사건 전문가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7월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씨의 사연은 영화 '재심'(2017)으로 제작돼 242만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진범 김씨는 2018년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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