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게 속아... 왜 아무도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법률방송뉴스]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스스로 만든 법에 스스로 죽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작법자폐(作法自斃) 얘기 해보겠습니다.

지을 작(作), 법 법(法), 스스로 자(自), 죽을 폐(斃). 작법자폐(作法自斃). 스스로 만든 법에 스스로 죽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전하는 고사입니다.

상군은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에서 강력한 법치주의를 실현한 법가주의 사상가이자 정치가 상앙을 말합니다.

상앙은 진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권문세족들의 세습 특권을 혁파하고 낡은 법률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일대 개혁을 단행합니다.

'군공수작제'라고 해서 군공(軍功)에 따라 작위를 부여하고 국가주도의 계획경제를 실시합니다. 토지는 국유화하고 노비들을 대거 해방해 양인으로 만들어 지주와 귀족들의 힘을 뺍니다.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상벌을 내리고 납세·징병 단위로 '십오법'을 시행하는 동시에 신고제 연좌제를 강화하는 한편 도량형 통일 등의 정책도 시행합니다.

귀족들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상앙은 임금인 효공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흔들림 없이 개혁정책들을 밀어부칩니다. 역사상 유명한 상앙의 변법(變法) 개혁입니다.

그러나 모든 개혁엔 저항과 반발, 피로감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하루아침에 권력과 봉록을 빼앗긴 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전과 다른 제도와 정책에 백성들도 적지않게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고 드러냅니다.

그런데 새로운 법령이 시행된 지 1년쯤 지날 무렵 태자 영사가 상앙이 정한 변법을 어기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상앙은 이에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라며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려 합니다.

태자의 몸에 손을 댈 수 없으니 태자를 잘못 가르친 책임을 물어 태자의 스승 공자 건의 코를 베고, 또 다른 태자의 스승엔 얼굴에 죄를 먹물로 새기는 형벌을 내립니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나라 안에 위아래로 상앙의 변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 전부터 상앙을 탐탁찮게 여기던 태자는 이 일로 상앙에 크게 앙심을 품게 됩니다.

그러던 기원전 338년 진 효공이 죽고 태자 영사가 혜문왕에 즉위합니다.

혜문왕과 귀족들은 이심전심 상앙에 역모의 누명을 씌워 체포령을 내리고 상앙은 살기 위해 도망합니다.

밤중에 국경에 다다른 상앙은 그러나 “날이 진 뒤 새벽 첫닭이 울 때까지 성문을 열 수 없다”는 자신이 만든 법에 막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머물 곳을 찾아 여인숙을 가니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객을 재우면 상군의 법령에 따라 처벌을 받으니 손님의 신분을 확인해야겠습니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관을 넘어 도망할 수도, 신분을 숨기고 숨을 수도 없게 된 상앙이 읊조리듯 한탄합니다.

작법자폐(作法自斃) 내가 만든 법에 내가 쓰러져 죽는구나. 자신이 만든 업을 자신이 받는다. 자업자득(自業自得)과도 같은 말입니다.

상앙은 결국 죽은 뒤에도 시신의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을 당하는 참혹한 종말을 맞습니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최종 확정받았습니다. 180억원의 벌금과 35억원의 추징금도 함께 확정됐습니다.

2017년 4월 구속기소된 지 3년 9개월 만, 2016년 10월 최순실 태블릿PC 공개로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된 지 4년 3개월 만의 최종 확정판결입니다.

돌이켜보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왜 최순실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7년 1월엔 유튜브 ‘정규재TV’에 나와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쭉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해 보면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우발적으로 된 건 아니라는 느낌은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이름 석 자조차 ‘금기어’였던 ‘비선실세 최순실’을 누가 만들고 기획했다는 것인지 박 전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엔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서 “최순실에게 속았다. 최순실이 대통령 앞에선 다소곳했고 심부름도 잘했기 때문에 자기 앞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게 완전히 달랐다는 걸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영하 변호사는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왜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해줬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몇 번이나 그런 얘기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유 변호사가 "나오시면 주문진에서 펄떡펄떡 뛰는 회를 모시겠습니다“라고 희망의 덕담을 건네자 박 전 대통령은 ”아휴, 그런 날이 오겠어요“라며 씁쓸해했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로 이미 형이 확정된 징역 2년에, 오늘 선고된 20년까지 더하면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을 받지 못할 경우 만 87세가 되어야 풀려날 수 있습니다.

자업자득(自業自得), 불교에선 업보(業報)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업(業)은 생각과 말, 행동으로 지은 것. 보(報)는 업의 결과로 받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입니다.

세상에 까닭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고,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오늘날 박 전 대통령이 겪고 있는 일은 최순실'이라는 박 전 대통령이 수십 년 쌓은 의 결과 아닌가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업을 부인, 부정만 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가만히 비추어보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마음속에서 잘 녹여내길 희망합니다.

그래야 업도 소멸되고, 업이 소멸되어야 비로소 미움과 원망, 한탄, 증오, 후회 같은 스스로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