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원짜리 축의금 봉투 29개 내고 식권 40장... 신부에 앙갚음하려다 사기범 전락
1천원짜리 축의금 봉투 29개 내고 식권 40장... 신부에 앙갚음하려다 사기범 전락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1.01.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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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천원 축의금 사회통념상 납득 어려워... 피해자 기망해 재산상 이득"

[법률방송뉴스] 1천원짜리 축의금 봉투를 내고 식권 40장을 받아간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어차피 식권은 한 장이면 충분한데 다 먹지도 못할 식권은 뭣 하러, 왜 저렇게 수십 장이나 가져간 걸까요.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은 결혼식 피로연 식권 사기 얘기 해보겠습니다.

대구 소재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사무국장 김모씨와 물리치료사 조모씨라고 합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5월 25일 대구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는 장모씨 결혼식에 갔다고 합니다. 장씨는 여성이라고 합니다.

조씨는 축의금 1천원이 든 봉투를 김씨에게 전달했고, 이 봉투를 포함해 김씨는 각 1천원이 든 축의금 봉투 29장을 접수대에 내고 식권을 무려 40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식권 한 장이 3만 3천 원짜리였다고 하니까 축의금으로 2만 9천원 내고 그 45배가 넘는 1,320,000만원어치 식권을 받아간 겁니다.

물론 1천원짜리 축의금 봉투라고는 얘기를 안했고 적정 금액의 축의금이 든 봉투인 것처럼 속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식권을 너무 많이 받아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혼주 측의 확인과 추궁에 두 사람의 황당한 행각은 현장에서 금세 발각이 났고 식권은 다시 압수당했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 신부 장씨는 두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했고, 두 사람은 사기죄가 인정돼 김씨는 벌금 200만원, 조씨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형법 제 347조 사기 조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김씨 등은 하지만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사회복지사업법상 매우 큰 신분상의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하지만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받아도 5년 동안 사회복지시설의 장이나 임원이 될 수 없는 정도의 불이익에 불과하다”며 약식명령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0. 5. 20. 선고 2020고정 사기 판결)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두 사람을 질타하며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식권이 반환된데 대해선 “위 식권 40매는 현장에서 범행이 발각됨에 따라 피해자 측의 반환요구에 의하여 반환된 것”이라며 “이 또한 양형사유에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와 조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선 “신부 장씨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결혼식장에 간 것이고 피해자를 기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며 아울러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양형부당도 함께 주장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하지만 김씨와 조씨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벌금 200만원과 벌금 100만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항소5부 2021. 1. 13. 선고 2020노1568 판결)

“피고인들은 장씨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천원을 축의금으로 낸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식권 40매를 교부받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원심판결은 정당하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궁금한 건 김씨와 조씨가 다 쓰지도 못하고 어디다 팔지도 못할 식권을 무엇 때문에 40매씩이나 받아갔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것도 1천원차리 축의금 봉투 29개를 만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알고보니 피해자인 신부 장씨는 김씨, 조씨와 같은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퇴직한 전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퇴직한 장씨가 요양원의 비위 사실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고발했다고 생각해 앙심을 먹고 재산상 손해를 미치기 위해 초대받지도 않은 결혼식에 가서 이같은 일을 꾸민 겁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원심에서 범행을 자백하였다가 당심에서 부인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겁지 않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엉뚱한데 앙심을 품고 엉뚱한 일을 저지르다 사기 전과자가 되게 생겼으니 자업자득이란 생각입니다. ‘판결의 재구성’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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