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의원, '후궁' 발언 파문 확산되자 해당 페이스북 글 삭제
"후궁 '표현' 아닌 '논란' 된 데 대해 유감 표명"... 윤리특위 제소

[법률방송뉴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후궁”에 비유한 페이스북 글을 삭제하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항아리 주둥이는 덮기 쉬워도 사람 주둥이는 봉하기 어렵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옹구이개 인취난봉(甕口易蓋 人嘴難封) 얘기 해보겠습니다.

조수진 의원은 그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민정 의원을 후궁에 빗대는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고민정 의원이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았다며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은 겁니다.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면 더더욱 겸손해져야 할 것이 아닌가. 겸손해야 마땅할 일이다”라는 게 조수진 의원의 말입니다.

앞서 고민정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해 지난 22일 “무상급식을 원하던 국민들로부터, 종로구민들로부터,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조건부정치를 하시는 걸 보며 아쉽고 또 아쉽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조수진 의원은 고민정 의원의 해당 발언을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가 아끼고 사랑한다는 고민정 의원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경합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향해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고 조롱했다. 천박하기 짝이 없다“고 직격한 겁니다.

조수진 의원은 그러면서 “고민정이란 사람의 바닥을 다시금 확인했다”며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민정 의원을 ‘왕자를 낳은 후궁’에 비유한 겁니다.

‘후궁’이라면 ‘임금’이 있다는 얘기인데, ‘문재인 정부가 아끼고 사랑한다는’ 이라는 조수진 의원의 표현이 참 묘합니다.

민주당은 즉각 “여성 국회의원을 후궁에 비유하다니 역대급 성희롱 망언이자 희대의 여성 비하다.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당사자이자 삽시간에 ‘문재인 정부의 후궁’이 된 고민정 의원은 어제 27일 조수진 의원의 주소지인 서울 용산경찰서에 모욕죄 고소장을 냈습니다.

"조수진 의원은 국민 세금을 받는 제1야당의 국회의원이다. 그냥 참고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이 고민정 의원의 말입니다.

고민정 의원은 그러면서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는 말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주민들의 판단을 무시하는 폄하 발언”이라며 “광진을 주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조수진 의원을 향해 “과도한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글을 삭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김근식 교수는 어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총선 막바지에 야당의 막말 파문으로 수도권의 중도층 이반이 심화되었음을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느냐“며 이같이 촉구했습니다.

"청와대 출신 고민정의 특별대접을 비판하더라도 ‘왕자 낳은 후궁’ 표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는 게 김근식 교수의 말입니다.

안팎에서 논란과 비판이 쇄도하자 조수진 의원은 오늘 페이스북에 “저의 비판이 애초 취지와 달리 논란이 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글을 삭제했습니다.

"저의 비판 글 가운데 비유적 표현이 본래 취지와 달리 모욕이나 여성비하로 논란이 되고,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특히 저도 여성 의원으로서 여야를 떠나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비유적 표현이 여성 비하의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는 자체가 가슴 아프다“는 게 조수진 의원의 말입니다.   

조수진 의원의 페이스북 글 주어와 동사를 뜯어보면 ‘후궁’이라는 표현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게 아니고, ‘후궁 표현이 논란과 논쟁거리가 된 게 유감이고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입니다.    

조수진 의원은 이에 "다시 한 번, 제 애초 취지와 달리 비유적 표현이 정치적 논란이 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후궁 ‘표현’ 자체가 아닌 ‘논란이 된 점이 송구하다’고 거듭 강조해 적었습니다. 

조수진 의원은 그러면서 “고민정 의원님에게도 미안하다”며 “비유적 표현이 논란이 된 글을 내렸다”고 끝까지 ‘표현’이 아닌 ‘논란’을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 출신으로 논설위원까지 지낸 조수진 의원이, 기자에 제1야당 대변인에 글과 말을 업으로 살아온 조수진 의원이 의도나 생각 없이 저렇게 비틀어서 일견 모호한 ‘사과문’을 올리진 않았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리고 조수진 의원의 후궁 발언은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조수진 의원 스스로 바로 어제까지 언론 취재에 “작년 4월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수석대변인 시절에도 같은 표현을 썼다”며 “전체적 맥락을 보지 않고 비판하는데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표현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고민정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아끼고 사랑하는 후궁’은 맞지 않느냐는 항변으로 읽힙니다.

사서(史書)에 주둥이 취(嘴) 자를 쓰는 ‘옹구이개 인취난봉’(甕口易蓋 人嘴難封) 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항아리 주둥이는 덮기 쉬워도 사람 주둥이는 봉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돼지 저(猪) 자를 써서 “돼지 주둥이는 봉할 수 있지만 사람 주둥이는 봉하기 어렵다”, 저취능봉(猪嘴能縫) 인취난봉(人嘴難縫)이라는 대구(對句)로도 쓰입니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당나라 말기에 태어나 5개 나라에서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가 남긴 말로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는 뜻입니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지만, 말로 망하기도 하는 게 정치다“

제 말이 아니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 김근식 교수가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며 조수진 의원의 후궁 발언 사과를 촉구하며 한 말입니다.

말로 망하기도 하는 게 정치다.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됐다고 하는데, 조수진 의원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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