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스,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 하는 소설과 웹툰 등 허구의 창작물
"영상물 아니어서 성폭력처벌법 음란물 조항 등 적용 처벌 어려워"

▲유재광 앵커= ‘알페스’라는 용어가 있다고 하는데,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표현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알페스 얘기해 보겠습니다. 윤 변호사님, 알페스? 이게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네,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아르피에스(RPS)'를 빠르게 읽은 말로, 실존 인물을 소재로 허구의 애정 관계를 다룬 글이나 그림 등의 창작물을 뜻합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가수를 주인공으로 쓴 소설을 일컫는 이른바 ‘팬픽’ 문화로 시작했는데요. 넓게 보면 일종의 하이틴 로맨스물로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수위입니다.

노골적인 표현이나 지나친 성적 묘사, 심지어 성폭행을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어서 문제인데요. 특히 아직 미성년인 아이돌 멤버들을 동성애를 포함해 성적 묘사의 대상으로 삼는 건 선을 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습니다. 또 알페스의 유형 중 하나로 ‘섹테(Sex Tape)'라는 것이 있는데, 특정 아이돌 멤버의 음성을 따와 성관계 시 신음처럼 변조 및 합성한 음성 파일을 말하는데, 섹테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앵커= 이게 왜 갑자기 이슈가 된 건가요, 최근에 

▲윤수경 변호사= 오랜 기간 팬덤 하위문화로 음지에서 존재하던 알페스는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논란과 함께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 가운데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말하는 데요. 여기에 게시된 이루다와의 성희롱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윤리 논란이 일자 “실제인물을 다루는 알페스가 더 나쁘다”는 반발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소라넷과 n번방 등 남성이 가해자인 성착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알페스도 함께 논란이 되고 있고요. 여기에 최근 손심바 등 래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통해 ‘알페스는 성착취’라고 비판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젠더 대결 양상도 보이는 것 같은데, 이게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면서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11일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는데요. 청원인은 알페스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제조, 유통된 텔레그램 n번방에 비유하며 “어린 아이돌이 잔인한 성폭력 문화에 노출돼 혼란과 고통을 받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알페스 이용자가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를 정도로 트위터 이용자 전반에 만연하게 퍼져있다. 이용자들을 처벌하고 규제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건데요. 해당 청원은 현재 22만명 가까이 청원에 동참해 정부 공식 답변 충족요건 20만명을 넘었습니다. 곧 경찰청이나 방통위 등 관계 주무부처 답변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경찰이 수사 같은 건 안 하나요. 

▲윤수경 변호사=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 달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알페스 등을 제조, 유포한 네티즌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는데요. 하 의원 등은 자체 조사 결과 알페스와 아이돌 목소리를 이용한 음란물 섹테 등을 제조, 유포한 아이디 110여개를 확인했다며 수사를 의뢰한 상황입니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사건을 이첩 받아 수사에 착수한 상태인데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하 의원 수사 의뢰 전에도 지난 달 초부터 알페스에 대해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걸 뭘로 처벌할 수 있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일단 알페스 같은 경우는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이 애매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조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이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문제는 알페스의 경우 소설같은 글이나 웹툰 같은 만화 형태로 돼 있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물’이나 이에 따른 ‘복제물’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따라서 통상의 음란물 유통은 성폭력처벌법 14조로 처벌하는데 알페스는 처벌이 어렵습니다. 

여기에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조항 적용 역시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당 조항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조항엔 글과 그림도 포함돼 있어 알페스도 해당하는데, 문제는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이라는 구절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특정 아이돌이 동성애를 벌이는 걸 노골적으로 묘사했다고 해도, 이걸 해당 아이돌에 보낸 게 아니고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온라인에 올렸다면 이걸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이라는해당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더구나 이 알페스 이용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더더욱 아무 것도 없다. 결론적으로 현재 알페스는 성폭력처벌법 사각지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앵커= 다른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나요. 

▲윤수경 변호사= 연예인이나 지인 얼굴에 포르노를 합성하는 이른바 딥페이크를 처벌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4일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조항을 보면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는데요. 소설이나 웹툰 형태인 알페스는 영상물이 아니어서 이 조항 적용도 어려워 보입니다. 

단 아이돌의 음성을 신음 소리처럼 가공해 유통하는 섹테의 경우 딥페이크, 동영상을 실제 인물의 얼굴과 합성하는 기술과 유사한 딥보이스에 해당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반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말 별 게 별 게 다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이걸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당장 적용 가능성이 있는 형법 조항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입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하고요.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하는 친고죄입니다. 

알페스 게재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는 점에도 대체로 이견이 없는데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영상을 배포·판매하거나 전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앵커= 아이돌들이 팬들을 모욕 같은 걸로 고소할 지 애매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윤수경 변호사= 일단 알페스를 수사 의뢰한 2021년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알페스를 '제2의 n번방'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론 팬덤의 표현, 표현의 자유와 팬심을 가장한 디지털 성범죄 사이 문제라는 생각인데요. 일단 알페스를 n번방 같은 성착취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관련해서 팬 콘텐츠 관련 연구를 해온 장민지 경남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는 “성착취는 실질적으로 우위의 권력을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적으로 이용하거나 실제 성범죄로 이어지는 행위”라며 “팬덤과 연예인은 이런 권력관계에 놓여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알페스는 기획사의 마케팅과 결합된 허구의 창작물로 실제 성착취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표현이나 묘사는 논란이 안 될 수가 없는데요. 최근 이러한 성적 대상화된 알페스와 딥페이크 제작물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일단 ‘처벌 규정의 미비’ 때문인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딥페이크 관련 처벌법은 지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로 신설되었으나 제작 또는 반포한 자에 한하여 처벌한다는 점에서 딥페이크 포르노를 소비한 ‘단순 이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연예인 개인이 개별 창작물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소송을 걸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지는 의문이고, 그렇다고 알페스 자체를 성착취물로 명명해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문제가 제기 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딜레마 같습니다. 

▲앵커= 상당히 난해하네요. 뭐든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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