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2차례 회동하고도 인사안 통보 없이 전격 발표
'빅 4' 중 이성윤 등 3명 유임... '검찰총장 패싱' 논란 재연

7일 전격 발표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한 심재철(왼쪽)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이동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 /연합뉴스
7일 전격 발표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한 심재철(왼쪽)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이동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법무부가 일요일인 7일 오후 검사장급 인사를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전격 발표했다. 법조계에서는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전임 추미애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인사 문제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을 재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과 5일 윤 총장과 2차례 만나 검사장급 고위간부를 포함한 검찰 인사안을 논의했고 이르면 다음주 초 인사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휴일 오후에 기습적으로 검사장급 인사를 발표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안이 확정되기 전에 초안이나 인사 발표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인사 발표 직전에 대검 측에 인사안을 전달하려 했지만, 대검 측은 이미 완성된 안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측은 예고하지 않은 인사 발표에 대해 "인사가 늦어지면 검찰 조직의 안정이라는 인사 취지를 해할 우려가 있어서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검 측은 이날 인사 발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법무부가 구체적 인사안을 협의하지 않은 채 발표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장관이 2차례에 걸쳐 총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며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 의견청취 절차를 실질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총장 측은 박 장관과의 2차례 만남은 인사 기준과 원칙에 관한 것이었고 법무부가 구체적 인사안을 문서로 보내오면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었는데, 인사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이날 검사장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청법 34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분명히 (검찰청법에) 의견을 듣는다고 돼 있으니 법대로 충실히 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나 운영의 관행을 보면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협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갖겠지만, 구체적 인사안은 반드시 협의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 법조계 "검찰과 여권의 반발 함께 의식한 박범계의 고육책"  

박범계 장관 취임 이후 처음 실시된 이날 인사에서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 등 이른바 검찰 내 '빅 4'(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 반부패강력부장·대검 공공형사부장) 중 3명이 유임됐다.

4명 중 이 지검장과 함께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 인사로 꼽힌 심재철(27기) 법무부 검찰국장만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심 국장의 후임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이정수(26기) 서울남부지검장이 자리를 바꿨다.

심 국장이 유일하게 이동한 것을 두고, 그가 추 장관 당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하는 등 각종 잡음을 일으킨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박 장관과의 회동에서 이성윤 지검장과 심 국장 등 빅 4의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연루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현 정권이 타겟이 되고 있는 '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이두봉(25기) 대전지검장은 유임됐다.

이들과 함께 이번 인사에서 관심을 모았던 한동훈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유임됐다. 한 검사장은 추미애 전 장관 당시 소위 '검언유착'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었다.

법조계에서는 "심재철 이동과 이두봉 유임, 그리고 이성윤과 한동훈의 유임은 박범계 장관이 검찰 내부와 여권 양쪽으로부터의 반발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려 고심했다는 형식을 보여주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25기) 춘천지검장이 선임됐다. 춘천지검장에는 김지용(28기)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전보됐다. 이날 검사장급 인사가 소폭으로 끝나면서 후속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도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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