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고 다 사실혼 아냐... 혼인 의사, 가정 외양 인정돼야"

[법률방송뉴스] 5년간 같은 집에서 동거하다 헤어진 커플이 있습니다. 동거 기간 취득한 재산은 동거 관계가 깨지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걸까요, 상관없는 걸까요.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24일)은 ‘사실혼 재산분할’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모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정모씨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김씨는 남성, 정씨는 여성입니다.

동거 한 달 뒤인 2014년 11월엔 해당 주소로 주민등록도 함께 이전했습니다.

김씨와 정씨의 동거는 2019년 7월까지 5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 김씨는 자신이 번 돈을 정씨에게 전부 맡겨 정씨 통장으로 관리했습니다.

같은 기간 정씨 명의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도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둘의 동거 생활은 2019년 7월 정씨가 가출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이에 김씨는 혼인 기간 늘어난 재산 가운데 1억원을 돌려달라는 재산분할 소송을 냈습니다.

"모든 돈 관리를 정씨에게 맡겼는데 정씨가 가출하면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됐으므로, 사실혼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을 구한다“는 것이 김씨의 청구 내용입니다.

사실혼 관련 대법원은 일단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등 참조)

혼인의 의사는 "이때 혼인의 의사라 함은 일반적으로 부부로서 정신적·육체적으로 결합하고 안정적으로 생활공동체를 형성해 영위할 의사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동거 생활 여부, 경제적 결합관계, 다른 가족과의 관계 형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 일반의 상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사건 1심 재판부인 부산가정법원은 “김씨와 정씨가 5년간 동거를 하긴 했지만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부산가정법원 2020느단201260)

재판부는 크게 4가지 사유를 들어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김씨와 정씨가 가족들과 상견례를 치른 적이 없고 서로의 가족들과 교류한 정황이 없는 점, 여기에 혼인신고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음에도 오랜 기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가 아닌 '단순 동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씨와 정씨가 같은 주소에 함께 주민등록을 둔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주민등록을 같이 두었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씨가 자신이 모은 돈을 정씨가 관리하게 한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는 본인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할 수 없었던 김씨 개인적인 사정에 기인한 것일 뿐, 두 사람 사이에 공동의 재산증식 활동을 위한 경제적 결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한마디로 “두 사람 사이에 혼인의 의사나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두 사람이 단순히 동거 내지 정교 관계를 넘어 법률상 부부에 준하는 정도의 관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따라서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에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몇 년을 같이 살았다고 해서 무조건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박민성 변호사 / 법무법인 에이스]
“보통 같이 살고 같이 밥 먹고 하면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실무 판례에 있어서는 사실혼을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인정을 해요. 그래서..."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동거 내지 정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사이에 혼인신고를 제외한 나머지 요건, 즉 주관적인 혼인의 의사 및 객관적인 혼인생활의 실체를 모두 갖추어야만 사실혼에 해당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입니다.

[박중구 변호사 / 법무법인 세령]
“물론 이제 무조건 같이 살았다고 하더라도 요새는 동거만 하는 경우도 있고 혼인은 또 별개로 보기 때문에 같이 부부 공동생활을 한다는 그런 외관이 형성돼야 하는 거죠. 그게 인정이 되면 혼인(사실혼)으로 가는 것이고 인정이 안 되면 그냥 동거로 봐서 재산분할까지는 안 가는..."

관련해서 두 변호사는 추후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평소 집안 경조사를 챙긴다든지 일반 결혼 생활의 외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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