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모아 협박죄 고소... 실제 회사에 알리면 명예훼손 해당"

# 요즘 학교폭력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저도 고민하다가 이렇게 상담을 신청합니다. 저는 10년 전 고등학생 때 심하게 왕따를 당했습니다. 결국 1년 정도 버티다가 자퇴를 했고, 검정고시를 봤습니다. 대학은 23살이 돼서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안 사정도 어려웠고 혼자 공부를 하려니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대학에서도 제가 왕따였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결국 대학시절도 혼자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만두면 진짜로 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친구들이 몇명 생겨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동창회에서 제가 왕따라는 소문이 돌았던 게 고등학생 때 저를 왕따시켰던 주동자들이 제 동기의 SNS에서 저를 우연히 보고 소문을 낸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 주동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따졌습니다. 그런데 주동자들은 '장난으로 한 건데 뭘 그러느냐, 기억도 나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증거도 없이 이렇게 나와봤자 너만 손해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너무 억울하고 눈물이 납니다. 더군다나 제가 전화해서 귀찮게 했으니까 제가 입사하게 될 회사에도 제가 왕따였다는 사실을 뿌리겠다고 합니다. 두렵고 막막한 기분인데 어떻게든 이 주동자들을 처벌하고 싶어요.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증거라고는 일기장밖에 없습니다. 처벌이 가능할까요.

▲양지민 변호사(법무법인 이보)= 요즘 학교폭력 관련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상담자분도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아요. 변호사님께선 이번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 실제로 요즘에 유명인들도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굉장히 많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폭로 사건도 많이 진행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고요. 이 사연 주신 분은 많이 속상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양지민 변호사= 학교폭력이라는 게 청소년 시기에 주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까 가해자 입장도 있고 피해자 입장도 있어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사연을 하나하나씩 살펴볼게요. 신체적 폭행이 아닌 무리에 껴주지 않거나 따돌림을 하는 식의, 이른바 ‘왕따’라고 하죠. 이런 행위가 학교폭력의 범주 안에 포함될 수 있나요.

▲김태연 변호사= 학교폭력이라는 것은 법률적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이라는 법률에 규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규율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학교 내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학생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신체적 혹은 심리적 공격을 가해서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거든요. 단순한 따돌림이라고 하더라도 학교폭력에 해당될 수 있어요.

▲양지민 변호사= 그렇죠. 반드시 물리적 폭력을 가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압박감을 주는 등의 이런 부분도 학교폭력이라는 범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분이 겪은 일도 비록 1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충분히 학교폭력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상담자분이 궁금하신 게 10년 전 일인데 이것에 대해서 소송을 할 수 있느냐 하신 부분이었습니다. 10년 전 왕따,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서 지금 소송을 할 수 있는 상황인가요.

▲김태연 변호사= 우선 가해자분이 학교에 다니고 계시다고 한다면 아까 말씀드린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조치를 할 수 있는데 지금 사실적으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생각해 볼 순 있지만 민사소송 같은 경우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셔야 되는데요. 이는 안 날로부터 3년, 있은 날부터 10년의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으로써, 민사소송은 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고요. 

형사고소 또한 대부분 여기 해당하는 범죄들이 모욕, 명예훼손, 협박 등의 행위들이 공소시효가 보통 5~7년 사이기 때문에 이것도 형사고소는 지금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여요.

▲양지민 변호사= 일단 과거의 일에 대해서 문제를 삼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말씀을 주셨는데요. 그러면 과거로 돌아가서 학교폭력에 대응을 하고 싶다고 할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김태연 변호사= 우선 학교폭력으로 고소하겠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역으로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오히려 고소를 다시 당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를 당했다면 그와 관련된 입증자료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이 사실 하루 만에 이뤄지는 행위라기보다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항시 녹음을 한다거나 피해를 겪었을 때 일기장에 기재를 한다거나 주변인들에게 말하는 등 증거자료나 증인들을 꼭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양지민 변호사= 그런데 현재로 다시 돌아와서, 과거의 가해자가 (사연자가)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사연자분 회사에도 알리겠다고 했어요. 이는 과거의 일과는 별개로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잖아요. 이에 대해서 상담자분이 문제로 삼고 싶으시다면 이건 가능한 일인가요.

▲김태연 변호사= 네. 만약 이런 식으로 가해자가 회사에 폭로하겠다고 말을 한다면, 만약 이 해당 내용이 허위라거나 혹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요. 협박이라는 것이 성립할 수도 있는데 그 해악의 고지가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면요. 또한 금전 같은 것을 요구한다면 공갈죄로도 죄를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양지민 변호사= 현재 벌어진 일에 대해선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상담자분처럼 신체적 폭력을 당한다든지 그런 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었다 하시는 분들의 경우 증거를 모으기가 쉽진 않잖아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소송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김태연 변호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입증이고요. 그런 경우 자료를 잘 모으셔야 할 것 같고요. 실제 폭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따돌림 같은 행위도 어쨌든 학교 폭력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입증할 자료만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요.

다만 형사고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요. 따돌림의 경우는 신체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거나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으면 형사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쪽을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일단 상담자분도 과거의 일에 대해서 문제 삼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 사람으로 인해서 다시금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므로 그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문제를 삼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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