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 현장에 경찰·살수차·차벽 무배치 원칙" 발표전 정부에선 물대포 직사·'명박산성' 등 과잉대응 논란경찰, 정권 바뀔 때마다 '상전벽해'식 변화... 진정성 있나

 

 

'앵커 브리핑', 오늘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한 여학생이 버스 밑으로 몸의 거의 반이 들어간 채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널브러져 있습니다.

쓰러져 무방비 상태의 이 여학생을 경찰이 군홧발로 말 그대로 짓밟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8년 5월 31일 자정, 촛불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촛불시위에 참가한 당시 22살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넘어뜨린 뒤 폭행한 이른바 ‘여대생 군홧발 폭행’ 사건입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경찰은 집회 시위 관리 기법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후속 대책을 발표합니다.

당시 경찰청 감사관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천화 경찰청 감사관 / 2008년 6월 5일]

“앞으로 집회 시위와 관련하여 안전을 최우선으로 물대포 방패 등 여러 가지 경찰 장비와 장구의 사용 매뉴얼을 엄격히 재정비하고 인권 안전 교육을 더욱 내실있게 실시하고 집회 현장에서의 인권 침해 요소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겠으며..."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완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

“물대포 사용 매뉴얼을 엄격히 재정비하겠다”

당시 경찰 스스로 한 약속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가 청와대라도 향할라 치면 토끼 잡듯 시위대를 잡아 해산했고, 물대포는 여전히 시민들의 머리 위로 바로 쏘아졌습니다.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진정이 인권위에 이어지자 인권위는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살수차 최고 압력이나 최소 거리 등 물대포 사용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권고’ 했지만 경찰은 인권위에 ‘불수용’을 통보합니다.

“사용 요건과 절차, 살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불수용 사유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살수사 안전 사용 발표가 무색하게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 사건’이 터집니다.

물대포에 맞아 기절한 백남기 농민 위로 경찰은 계속 물대포를 쏘아댔고 백남기 농민은 10개월을 사경을 헤매다 2016년 9월 25일 결국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이 어제 경찰이 검찰에서 수사권을 넘겨받으려면 인권 보호 장치 마련부터 선결돼야 한다고 하자 경찰은 벌집을 쑤신 듯합니다.

급기야 오늘 오후 경찰은 집회 현장에 경찰과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집회 현장 3 무배치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인권위가 살수차 안전 기준이라도 마련하라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듣다가 집회 현장에 아예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3 무배치 원칙', 과민한지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gmail.com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