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술자리 남성의 비아냥에 격분, 흉기 휘둘러... 대법원 '살인 유형' 어떻게 돼있나
아내와 술자리 남성의 비아냥에 격분, 흉기 휘둘러... 대법원 '살인 유형' 어떻게 돼있나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1.03.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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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동기' 살인미수로 징역 8년 선고... 대법원 양형기준, 살인 '범행 동기' 따라 5종류로 구분

[법률방송뉴스]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은 장애 비아냥 발언이 촉발한 ‘살인미수’ 얘기해 보겠습니다.

경남 양산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62살 조모씨는 소아마비로 왼다리를 저는 3급 장애인이라고 하는데, 아내 민모씨는 평소 이웃주민들과 자주 어울려 술을 마셨고 조씨는 이를 아주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던 2020년 9월 14일 저녁 7시쯤 조씨는 살고 있던 아파트 부근 벤치에서 아내가 53살 강모씨 등 남성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조씨는 아내에게 그만 마시고 집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아내는 조씨의 말을 거부했고, 같이 술을 마시던 강모씨는 조씨의 아내를 두둔하며 조씨가 다리를 저는 것을 비하하는 등 비아냥거렸다고 합니다.

모욕감과 앙심을 품은 상태서 일단 그 자리를 떠난 조씨는 외출해 술을 마시고 돌아왔는데 밤 10씨가 넘은 시간에도 아내와 강씨 등이 아파트 단지 내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계속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속된말로 꼭지가 돌아버렸습니다. 

이에 조씨는 집에 가서 식칼과, 여기에 총 길이 23cm, 날 길이 6cm짜리 공업용 커터칼을 가지고 공원으로 가서 아내와 술을 마시고 있던 51살 박모씨의 복부를 식칼로 찔렀습니다. 

박씨는 복부에 식칼이 꽂힌 채로 조씨를 피해 도망을 갔고, 조씨는 이에 공업용 커터칼을 휘둘러 자신을 조롱했던 강씨의 얼굴과 뒷목 등을 수차례 베었습니다. 

이 과정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삽시간에 벌어진 아비규환에 깜짝 논란 아내가 뜯어 말리고, 먼저 도망간 박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더 큰 인명사고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두 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는 형법상 ‘경합범 가중’ 조항 적용을 받아 1심(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2020고합305 살인미수) 

형법 제37조 ‘경합범’ 조항과 제38조 ‘경합범과 처벌례’, 제50조 ‘형의 경중’ 조항 등에 규정된 ‘경합법 가중’은 처벌이 더 무거운 범죄에 다른 범죄의 형을 더해 가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식칼에 찔린 박씨는 대장까지 찔렸고, 얼굴과 목 부위에 자상을 당한 강씨는 바로 응급처치와 수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목숨이 위험했을 만큼 출혈이 심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이에 “범행도구, 공격 부위와 횟수, 방법, 결과 등에 비추어 그 위험성과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현재까지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하였고 피해 회복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죄질과 정상이 상당히 좋지 못하여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재판부가 밝힌 양형 사유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 범행이 모두 미수에 그친 점, 장애에 대한 모욕감에 화가 난 나머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조씨 사건에 대해 대법원 양형기준 살인범죄 제2유형인 ‘보통 동기 살인’을 적용해 형량을 정했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살인범죄를 범행동기에 따라 제1유형 참작 동기 살인,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제3유형 비난 동기 살인, 제4유형 중대범죄 결합 살인, 제5유형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참작 동기’는 극심한 생활고에 치매 병수발에 지쳤다거나 하는 말 그대로 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 ‘비난 동기’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장대호처럼 사회적 비난 정도가 매우 높은 경우, ‘중대범죄 결합’은 가령 성폭행을 자행하다 저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적용됩니다.

제5유형 ‘극단적 인명경시’는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마에 해당하고, 보통 욱 하는 마음에 저지른 통상의 살인사건은 제2유형 ‘보통 동기’로 분류됩니다.

아내 민씨도 그렇고 조씨의 장애를 비아냥댄 사람들도 그렇고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조씨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이게 다 술이 부른 화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는데, 사람 마음이 항상 교과서나 책에 쓰인 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더욱 그게 화든 뭐든 마음 다스림과 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판결의 재구성’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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