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법령 기준 지키지 않았다면 시설 하자... 지하철공사에 손해배상 책임"

▲유재광 앵커= 지하철역에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빠져 다쳤다면 지하철공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까요, 안내방송까지 했는데 주의를 다 하지 못한 승객 책임일까요.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18일)은 지하철 발빠짐 사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사건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김모씨는 지난 2016년 8월 서울 지하철 5호선 신길역에서 길동역 방향 열차에 승차하다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빠져 요추염좌 및 긴장 척추불안정 등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김씨는 저소득층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무료 법률구조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얻어 치료비 13만9천원과 위자료 2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곡선 구간 역이어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좀 넓은 경우 주의하라고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하철에서 많이 들어서 익숙하실 텐데 “이 역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가 넓으므로 내리고 타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을 지속적으로 합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로 재탄생한, 당시 5호선을 운영하던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는 재판에서 ‘발빠짐 주의 안내방송’을 했으며 ‘발빠짐 주의’라는 주의문구도 부착해 놓았고, 나아가 승강장 내 감시인 배치를 비롯한 승강장 CCTV 및 스크린도어 설치, 고무 발판 설치 등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승강장은 곡선 승강장으로,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직선 승강장보다 넓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데다 좀 더 넓다고 다 빠지는 것도 아니고 사고가 김씨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서울교통공사의 항변입니다.

▲앵커=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은데 법률구조공단은 어떻게 반박했나요.

▲기자= 공단은 관련 통계를 들어 도시철도공사 주장을 공박했습니다. 지난 5년간 지하철 승강장 발빠짐 사고가 420건 넘게 발생했는데, 열차와 승강장 사이 거리가 성인 남성의 평균 발볼 10cm를 초과하는 곳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했음을 먼저 지적한 건데요. 

공단은 특히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신길역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18~20cm에 이른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며 법률용어로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쉽게 말해 승객 부주의가 아닌 역 자체의 구조적 하자로 발빠짐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앵커= ‘발볼’이라고 했는데, 승강장 사이가 넓으면 발이 빠질 가능성이 당연히 더 높긴 하겠지만 누가 일부러 발을 옆으로 해서 집어넣는 것도 아니고, 열차와 승강장이 10cm보다 넓다는 게 하자 기준이 될 수 있나요.

▲기자= 공단도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도시철도공사 측에 “신길역 승강장이 서울도시철도 건설규칙의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 규정을 준수해 건설됐는지를 밝힐 것”을 역으로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공단 요구에 도시철도공사는 관련 규칙이나 규정을 밝히지 않았고, 공단은 이에 “관련 내용을 밝히지 않는 자체가 신길역 승강장이 규정을 준수하여 건설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논박했습니다.

▲앵커=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일단 시설물 하자와 관련해 “시설이 관계 법령이 정한 시설기준 등에 부적합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사유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길역에 하자가 있다는 공단 주장을 받아들여 도시철도공사 측에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건데요.

다만 승객 부주의 책임도 일부 인정해 치료비의 경우 공사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청구액 13만9천400원가운데 9만7천58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위자료도 청구액 200만원의 4분의1인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이게 열차와 승강장 사이 넓이가 10cm가 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닐 텐데 그럼 이런 역에서 발빠짐 사고가 일어나면 지하철공사가 무조건 치료비와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는 건가요.

▲기자= 일단 해당 판결에 대해 소송을 수행한 법률구조공단 신지식 변호사는 “승강장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존재함을 인정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신지식 변호사는 그러면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지나치게 넓은 승강장에 대해서 도시철도공사에서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강조했고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모든 지하철역을 다 직선으로 만들 수는 당연히 없고, 따라서 "지나치게 넓은"의 기준을 몇 cm로 해야 하는지, “적절한 안전조치”에서 ‘적절한’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의 조치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구체적 사고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설사 이기더라도 발빠짐 사고 당하고 다투기 전에 안 빠지고 안 다치는 게 최선인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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