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합격자 수 증가로 변협 연수 부실... 법무부 지원 예산 삭감, 혼란 자초"

▲유재광 앵커= 법률방송에서는 지난 15일 대한변협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변협 연수가 불법,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는 일종의 ‘자아비판’을 내놓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전해드렸는데요. 관련해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에서 변협에 ‘근조 화환’을 보내며 1인 시위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왕성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이 변협에 근조화환을 보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왕성민 기자= 네, 변협이 지난 15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천 200명 이하로 감축하고, 변시 합격자 변협 연수도 200명 규모 정도로 제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요. 앞서 말씀하신대로 법률방송에서는 15일 변협 보도자료 관련 내용과 배경, 맥락 등을 자세히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관련해서 로스쿨 원우협의회가 같은 날 ‘분노하는 로스쿨생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근조 인권수호 정의실현’이라고 적은 조화를 변협에 보내고 1인 시위에 들어간 겁니다.     

▲앵커=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변협 발표에 대한 항의표시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변호사 직역수호를 후배들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시작하냐"는 것이 로스쿨 원우협의회 측의 항변인데요. 변시 합격자 수를 더 늘리자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합격자 수도 줄이고, 합격자 변협 연수 규모도 줄이겠다는 건 정말 너무하다, 기득권 지키기다, 후배 밥그릇 걷어차는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입니다. 

▲앵커= 일단 변협 연수 규모 축소부터 볼까요. 변협 취지는 어떤 건가요.

▲기자= 사안을 들여다보려면 변시 합격자 증가 추이부터 좀 봐야하는데요. 첫 변시 합격자를 배출한 지난 2012년 1천451명이었던 합격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 지난 해엔 1천 768명의 합격자가 배출됐습니다. 같은 기간 법원이나 검찰, 로펌, 법률사무소 등 법률사무종사기관 취업으로 실무수습을 진행한 변호사 수는 해마다 등락폭이 조금 있긴 하지만 1천명 안팎입니다.

결과적으로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연수를 받지 못하게 된 변시 합격자들 연수를 변협에서 다 떠맡는 구조가 된 건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해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2012년 436명이었던 변협 연수 신청 합격자 수는 지난해엔 789명으로 250명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게 변협에서 감당할 수준이 안 된다, 연수나 교육도 부실해 질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변협 연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변협의 입장입니다.

▲앵커= 숫자가 늘어난 건 알겠는데, 이게 정말 변협에서 감당이 안 될 정도인가요, 어떤가요.

▲기자= 일단 숫자만 놓고 보면 작년 기준 변시 합격자 연수의 거의 절반 정도를 변협에서 떠맡는 구조가 됐는데요. 이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게 변협의 설명입니다. 변협 연수는 일선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하는 게 원칙이고, 변협은 취업하지 못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하는 건데, 본말이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사수와 1대1로 어떻게 보면 '도제식'으로 일을 배워야 하는데, 실제 변호사법 시행령도 교육생 1명당 변호사 1명을 ‘연수 관리지도관’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1대1 교육은커녕 회의실 같은데 많게는 수백명씩 모아놓고 ‘집체교육’식으로 진행하는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냐, 교육 효과가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교육생과 장래 법률 소비자 모두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변협의 지적입니다.                  

▲앵커= 이게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요.    

▲기자= 배경과 맥락을 들여다보면 법무부 책임이 상당합니다. 일단 대한변협 회칙 제43조의2는 "변협은 법무부장관의 지원에 따라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집합연수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변협 회칙은 변협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고 법무부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연수 조항과 관련해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법무부장관의 지원에 따라"라는 문구입니다. 즉 법무부의 예산 지원을 전제로, 그 지원에 따라 변협이 연수를 실시할 수 있다는 건데요. 문제는 지난 2012년 5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던 법무부는 해마다 변협 연수 지원 예산을 줄여 지난해 배정된 예산은 0원, 단 한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앵커= 법무부에선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법무부가 말하는 명분은 '수익자 부담 원칙'입니다.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이 연수 비용을 부담해야지, 왜 국가가 부담하냐는 건데요. 실제 지난해의 경우 상당수 변호사들이 무보수로 연수 교육에 나섰음에도 합격자들은 60만원씩 자비를 들여 변협 연수를 받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연수비용 몇십만원을 누가 부담하고 말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가 헌법상 재판 받을 권리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조인 양성은 변협의 사무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인데, 이걸 은근슬쩍 변협에 떠넘기고 그나마 몇억씩 주던 지원마저 끊었다는 비판인데요.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사정에 밝은 한 중견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A 변호사]
"변호사를 양성하는 업무는 법무부의 업무에요. 정부업무. 근데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하지 말라는 거예요. 사실상 정부는 변협연수를 하지 말라고 의사표시를 한 거예요. 그러니까 대놓고 하지 말라면 비난 받으니까 공개적으로 하지 말라는 말은 안했지만 그냥 시장에 맡기라는..."    

지금 상황에서는 변협이 연수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앵커= 그건 무슨 말인가요.

▲기자= 일단 변호사법 제21조의2 제1항은 변시 합격자 실무수습은 기본적으로 국회, 법원, 검찰 정부법무공단, 법무법인 등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변협 위탁연수는 이런 기관에 가지 못한 경우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변협 연수 관련 회칙도 이런 변호사법 조항에 따라 만들어진 건데요. 

관련해서 통상 정부사업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경우는 사업 중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예산 전액 삭감은 변협 연수를 하지 말라는 건데요. 그런데 정부가 하지 말라는 사업을, 여기선 변시 합격생 연수가 되겠죠, 연수를 변협에서 임의로 하는 거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고, 법무부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이 앞선 변호사의 비판 섞인 지적입니다. 계속 들어보시죠

[A 변호사]
"그리고 법무부도 알고 있어요. 이게 위법한 거. 명문의 규정도 반하죠. 그리고 보통 정부사업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은 사업이 중단되거든요. 그렇죠. 그러니까 정부가 하지 말라고 그러는데 저희가 예산을 안 받고 하는 게 오히려 위법할 수 있다..."

▲앵커= 그럼 이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이게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아 귀착하는 곳은 적정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어느 정도로 조정하느냐로 귀결되는데요. 법무부는 1천800명 수준까진 괜찮다고 보고 있고, 변협은 여러 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1천200명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이런 입장입니다.  

1천800명과 1천2백명, 결국 600명,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인데 로스쿨 학생들과 법무부, 변협 등 이해주체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접점 모색이 절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은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시간 관계상 오늘은 여기까지만 듣고, 변시 합격자 인원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그 근거 등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다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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