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협박죄에 '주관적 공포심' 요건 불요... 쇠파이프는 '해악의 고지' 해당" 무죄 선고 원심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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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쇠파이프를 들고 상대방을 위협했다면 피해자가 실제로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특수협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협박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유발하게 하는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성립하지만,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느낄 필요는 없고 객관적인 위협 행위만 있으면 성립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특수협박 부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4월 경남 거창군의 한 도로에서 운전면허 없이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운전했다. 이를 본 B씨는 음주운전을 의심하고 사고를 낼 것을 우려해 자신의 차량으로 A씨의 차를 가로막았다. 그러자 A씨는 길이 90㎝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차에서 내려 욕설을 하며 다가갔다. 이를 본 B씨는 차를 후진했고 함께 차 밖으로 나왔던 B씨의 일행도 뒷걸음질을 하는 등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특수협박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B씨가 재판에서 "A씨의 파이프가 무섭지는 않았고 당황스러운 정도였으며 차량이 파손될까 봐 뒤로 뺀 것"이라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A씨의 행위는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고 주위 사정에 비춰 가해 의사가 없었다"면서 특수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가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다가오는 행위를 피해자들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단순한 욕설 또는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가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나와 해악을 고지해 B씨 등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하면 협박죄는 기수에 이른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협박죄의 법리를 특수협박죄에 유사하게 적용하여 확인한 판결이라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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