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법무관 출신 요리하는 변호사... "대한민국 해양주권 수호 국제해양법 전문가 포부"

[법률방송뉴스] 오늘(26일)은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발한지 꼭 11년째 되는 날이자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다 순국한 장병들을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입니다. 

'청년 법률가를 만나다', 오늘은 청해부대 소속으로 소말리아 파병을 다녀온 독특한 경력의 해군 법무관 출신 배연관 변호사를 만나 군과 바다, 법률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왕성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배연관 변호사를 만난 곳은 서울 용산구의 한 공유식당입니다. 

파스타 면을 삶고, 야채와 햄을 넣어 볶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혹시 지금 뭘 만들고 계시는 건가요.) 아, 오징어 먹물 파스타입니다." 

뚝딱뚝딱 하더니 금세 그럴듯한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만들어 냅니다.

[기자] 
"음, 야 이거,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색감이 아주 괜찮은데요. 정말 맛있네." 
 
요리하는 변호사. 요리는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사실은 제가 저걸 이탈리아 사람에게 배웠습니다. 제가 이탈리아 사람을 어디서 (만나) 배웠냐면 제가 이탈리아 해군한테 배웠습니다. 제가 청해부대 시절에..."

청해부대. 지난 2016년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배연관 변호사는 같은 해 8월 해군 법무관으로 임관한 해군 출신입니다.
 
해군 군검찰관을 거쳐 2017년 4월 소말리아해역 호송전대를 자원해 청해부대 24진 법무참모로 7개월간 해외파병을 다녀온 좀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정말 꼭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정도로 가고 싶다, 나중에 안가면 정말 후회할 거 같다'고 했더니 다른 가고 싶어 했던 동기들이 청해부대 법무참모 자리를 양보해서..." 
 
소말리아해역 파병 부대에 법률가가 뭐가 필요할까 싶기도 한데, 정색을 하고 정말 많은 임무가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청해부대가 다른 나라와 어떤 분쟁이 생겼을 때 국제법이나 아니면 그 나라 법에 맞춰가지고 대응하기 위해서 있는 청해부대 유일한 변호사이기도 하고 부대 안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그거를 해결하는 군검사나 징계장교의 역할도..."

일반 다른 변호사들은 좀처럼 겪어보기 어려운 특이한 경험, 배연관 변호사는 그 시절을 "뜨거웠다"고 기억합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중동에 나가있는 우리나라 상선을 보호하고 테러라든가, 아니면 해양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을 다른 나라 해양 세력들과 함께 막아내는 그런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에서 가장 ‘뜨거운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해군이 청해부대라고..."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는 서정주의 시구처럼 배연관 변호사는 '바다'로 상징되는 청해부대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합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제 인생을 바꾼 시간이 청해부대 파병기간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해부대 때 제가 '바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얘기해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같이 갔던 의무참모님이 계십니다. 외과 군의관님이셨는데..."

의사와 변호사,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직업인줄 알았는데, '너는 법공부만, 나는 의학공부만 해서 정작 세상은 모른다'는 의무참모의 말이 죽비처럼 머릿속을 때렸다고 합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그렇기 때문에 너랑 내가 제일 바보다, 너랑 내가 여기(청해부대)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워야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도 변호사로서 제 삶의 모토는 내가 제일 바보다, 내가 제일 모른다, 이런 생각으로 모든 일을..."

청해부대 파병 경험에 해군 검찰관과 국방부 검찰단 특수수사과 검사 경력은 배연관 변호사에게 '법률가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져줬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부사관이나 아니면 이제 병사들이 저한테 이런저런 걸 물어보면서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저 사실 법률가를 처음 봅니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을 처음 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저한테 많은 도움을 부탁하는..." 
 
이때의 경험과 기억은 자연스럽게 군사법과 병역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전문 분야가 됐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우리나라에 아직도 군대에 접근해 가지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변호사가 참 부족하구나, 그래서 군형사법이나 군인사법을 연구하는 변호사가 참 부족해서 군대에서 어떤 형사절차에 연루되거나 징계절차에 연루될 때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참 부족하구나. 내가 전역을 하면 이런 부분들을 도울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창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군대라는 정해진 공간에 모여 있는 데서 오는 갈등과 내적인 외로움. 

배연관 변호사는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상관모욕 등과 관련해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근데 군형법에 규정돼 있는 상관모욕은 이건 친고죄가 아닙니다. 알게 되면 처벌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이런 범죄를 저지른 병사들과 그리고 이 범죄의 '피해자'가 된 장교나 부사관들 사이를 조율을 해서 어떻게든 처벌을 받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개인적 경험과 병사들에 대한 일종의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군사법 관련 관심은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바다'라는 더 큰 무대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바다에서는 땅이 보이지만 땅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잠시나마 제 인생을 바다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바다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나라의 바다를 위해서 노력하는 그런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해상법을 연구해서 선원이라든가 선사에 도움이 되는..."  

그런 배연관 변호사에게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바다를 수호하는 해군과 해경이 혹여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늘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제가 배를 타면서 느꼈던 것은 바다에 나가면 육지를 참 그리워하고 육지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참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하지만 땅에 있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우리를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래서 해군과 해경의 권익 신장, 나아가 대한민국의 해양주권을 지키는데 일조하는 국제해양법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 배연관 변호사의 포부입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해경을 어떻게 지원해야 되는 가에 대한 부분이 해군과 마찬가지로 참 미흡합니다. 크게는 대한민국의 해양주권 강화를 위해서 해양법을 공부해서 우리나라의 국제해양법 분야에서의 입지를 좀 늘려보는 일에 조력을..."    

인터뷰 말미,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맛있게 먹은 ‘답례’로 천안함 용사들을 기리는 모자를 선물하자 아이처럼 좋아합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사실은 이 천안함 용사들 대표와도 연락을 하고 있고, '천안함 기념 코인'도 샀는데 제가 이 모자는 아직 구비를 못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전역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님께 '천안함 용사 모자'를 쓴 사진을 보내면 정말 감동하실 것 같다"며 좋아하는 배연관 변호사.

'바다를 품은 법률가'가 되겠다는 평소의 다짐과 '필승' 인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배연관 변호사 / 법무법인 YK]   
"저도 우리 해군이랑 바다에 계신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 우리 선사, 해경, 우리 바다를 위해서 뛰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을 잊지 않고 바다를 품고 법률가로 살아가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필승!"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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