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상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는다”... ‘합의서’ 효력 어디까지, 작성 시 유의점은
“민형사상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는다”... ‘합의서’ 효력 어디까지, 작성 시 유의점은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1.03.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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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소지 없도록 합의의 대상과 범위, 예외사항 명확하게 기재해야"

▲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은 ‘합의서’ 효력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사건 내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등장인물이 좀 여럿입니다. 먼저 한모씨는 이 사건 원고 김모씨에게 김씨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주면 다른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솔깃해진 김씨는 자신 소유의 땅을 담보로 전모씨와 이모씨로부터 각각 억대의 대출을 받아 한씨에게 건네줍니다. 설정된 근저당 채권최고액은 전씨가 1억5천만원, 이씨가 2억2천500만원입니다.

이에 한씨는 기한을 정해 총 3억7천500만원의 대출금을 갚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했고, 이 과정에 원고와 성이 같은데요. 김모씨라는 사람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앵커= 그런데 각서대로 돈을 갚지 못한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씨와 연대보증인 김씨가 제때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서, 근저당권이 설정된 김씨 땅은 속절없이 경매에 넘어갔고 3억1천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이 가운데 1억5천만원은 전씨에게, 나머지 1억6천만원은 이씨에게 각각 지급된 건데요.

이에 땅이 넘어간 김씨는 “한씨에게 속아 돈을 편취당했다”며 한씨를 사기죄로 고소했고, 한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는데요. 한씨는 징역 실형을 받을까 봐 부랴부랴 김씨와 이른바 ‘합의’에 나섰습니다.

▲앵커= 그래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된 건가요.

▲기자= 네. 한씨는 자신의 친오빠 명의 1억5천만원 상당의 땅에 대해 김씨 이름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줬고, 이 과정에 한씨와 김씨는 합의서를 하나 작성했습니다. “형사사건 관련해 원고 김씨와 한씨는 원만히 합의했고, 김씨는 앞으로 민형사상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을 것을 합의한다”는 게 합의서 내용입니다.

앞서 경매를 통해 전씨가 가져간 1억5천만원은 이 근저당을 통해 어떻게 해결한다고 해도, 이씨가 가져간 1억6천만원은 한씨에게 어떻게 받아낼 방법이 없었던 김씨는 연대보증을 섰던 김씨를 상대로 경매대금에 상당하는 3억 1천만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청구했는데, 1심에서 전부 패소했습니다.

▲앵커= 패소한 이유가 합의서 내용 때문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으로 민형사상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떠한'이라는 문구에 발목을 잡힌 겁니다. 민형사상 어떠한 소송도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소송을 냈으니 이유 없다, 기각한다는 것이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에 김씨는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다시 항소심에 나서게 됩니다.

▲앵커=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는 써줬고, 이를 번복할 수는 없고, 대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공단은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네, 공단은 전씨가 받아간 1억5천만원과 이씨가 받아간 1억6천만원을 분리해서 대응했습니다. 김씨가 써준 합의서는 전씨가 받아간 1억5천만원에 대한 것이다, 해당 합의서에 이씨가 받아간 1억6천만원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떠한'이라는 합의서 문구와 상관없이 연대보증인 김씨를 상대로 채무를 상환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재판부를 공략했습니다.

“이번 경우와 같은 투자사기로 인한 합의서의 경우 손해 전보를 위한 화해나 정산의 효력을 판단할 때에는 ‘엄격한’ 기준을 두고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공단 측 변론이었습니다. '어떠한'이라는 합의서 문구에 구애될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과 실질적 내용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변론입니다.

▲앵커= 그래서 법원이 공단 손을 들어줬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단 논지대로 합의서의 "어떠한 청구도”라는 문구에 합의의 대상이 아닌 부분까지 합의가 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 판결입니다. “김씨는 한씨로부터 피해금액 전부를 변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해 준 것이므로, 또 다른 근저당권자 이씨에 대한 부분에 관해서는 합의서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시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연대보증인 김씨에게 한씨와 연대해 원고 김씨에게 3억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공단은 "피해변제를 위한 합의서 작성 시 통상 ‘앞으로 민형사상 어떠한 청구’와 같은 조항을 부기하는데, 이때 합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 예외조항 등을 명확히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합의의 범위와 예외조항을 반드시 적시해라, 법원 갈 일은 없는 게 최고지만 합의서 작성할 때 꼭 명심해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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